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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민선자치 2년 성과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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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선자치 2년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지역갈등의 심화와 지역부패구조의 형성 등 부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민선자치의 성과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위상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객지향행정의 전개,참여행정의 확대,주민들의 정치욕구충족 등은 지방자치가 가져다 준 괄목할만한 변화다.

주민들의 位相 높아져 민선자치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주민들은 임명직 단체장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리더십을 체감하고,지역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가도 알게 됐다.자치시대가 요구하는 주민들의 책무 또한 매우 크고,그것은 곧 일상생활과도 직결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지방행정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중앙집권적 관성시스템에 의한 종전의 통제와 규율에서 벗어나 지방의 자율과 책임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우리나라의 지방자치구조는 중앙집권적 관치(官治)구조의 골격을 그대로 둔채 단순히 지방자치라는 모자만 덮어씌운 형태로 돼 있다.중앙정부와 광역.기초단체라는 3단계 정부간의 기능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어떠한 행정사무에 대해서도 3단계의 정부가 모두 관여하는 형태다.따라서 모든 제도와 정책은 중앙정부에서 획일적으로 수립하고 지방정부는 중앙의 지침대로 집행만 하는 기능이 대부분이다.지방정부 스스로가 제도나 정책을 수립하는 권한과 그것을 뒷받침할 재원이 확보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공원안의 화장실을 개축하는데도 중앙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이 우리 지방자치의 현실이다.

이에 따라 자치의 한계와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중앙과 지방 사이에 기능재배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대폭 이양해 지방정부 스스로가 지역을 발전시키고 주민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과감한 지방분권화(分權化) 조치가 있어야 한다.지방자치를 근간으로 하는 분권화는 동서문명사적 측면에서 볼 때도 당위성을 갖는 세계적 조류다.세계정치와 경제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국가보다는 분권화된 지방의 힘을 바탕으로 유연성과 다양성을 갖추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역할분담이 필요한 시대다.

이러한 시대적 국제환경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김영삼(金泳三)정부는 신(新)중앙집권적 발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재정경제원은 지방정부에 대한 재정지원의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지역경제의 진흥은 단체장의 중요한 책무인데도 지방중소기업청을 신설하는 등 중앙부처의 지방특별관서를 늘리고 있다.지방분권의 추진이 국가통합성을 저해하고 지역이기주의를 초래해 국가발전을 막는다는 인식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과감한 지방分權化를 21세기 세계 중심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모든 권한을 감싸쥐고 세세한 집행업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작지만 강한 형태의 지방분권형 국가경영시스템으로 재구축돼야 한다.그래야만 변화무쌍한 국제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통일한국의 큰 틀을 짜는 등 국가대사에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여권의 대선후보주자들은 권력분산론을 내세우고 있다.연말에 선출될 차기대통령은 중앙집권적인 권한과 기능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지방분권적 국가경영시스템의 새 틀을 짜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중앙-광역-기초의 3단계 계층구조를 2단계로 축소하는 문제,지방중소기업청.지방국토관리청.지방원호청.지방노동청 등의 지방특별관서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자치단체에 이관하는 문제,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제 폐지문제 등 지방분권화와 관련된 현안에 혁신적인 발상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동기 영남대 교수도시경영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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