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 미쓰비시車 최대주주 다임러 "손배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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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승용차 생산 88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의 명가' 일본 미쓰비시(三菱)자동차가 자사의 최대 주주에게서 손배소를 당하게 됐다.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9일 미쓰비시 푸조 트럭.버스의 거듭된 리콜(무상 회수 및 수리)을 문제삼아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임러는 미쓰비시 자동차와 이 회사에서 최근 분사한 미쓰비시 푸조 트럭.버스의 최대주주로 65%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다임러는 이날 미쓰비시 자동차에 "푸조 트럭.버스의 주식 매입을 계약할 당시 미쓰비시 측이 이미 비공개로 리콜을 진행해 왔던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실질 가치 이상으로 많은 돈을 주고 주식을 매입해 큰 손해를 본 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임러는 지난 1월 520억엔을 들여 푸조 트럭.버스의 주식 22%(88만주)를 인수한 바 있어 이 인수계약의 가격 결정 방식을 근거로 청구액이 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는 다임러 측이 최근 미쓰비시 자동차의 자금 지원 중단을 결정한 데 이어 손배소까지 제기하기로 함에 따라 경영 위기에 처한 미쓰비시 자동차의 회생 노력이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미쓰비시의 푸조 트럭.버스는 2002년 1월 트레일러의 바퀴가 빠져나가 길가던 주부가 맞아 사망하는 사고를 계기로 최근까지 여러 차례 리콜을 실시해 왔으며 미쓰비시 자동차의 주력 승용차도 결함을 은폐하다 최근 16만대의 리콜을 정부에 신청한 바 있다.

한편 아키타(秋田).지바(千葉)현 등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도 잇따라 공용차.학교 버스 등에 미쓰비시 차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으며 민간 버스회사 등도 미쓰비시 버스 구입계획 등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 같은 신뢰도 추락으로 미쓰비시 자동차의 5월 중 일본 내 판매 대수는 4213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6.3%나 줄었다. 중고차 값도 20% 이상 떨어졌고 렌터카 이용 신청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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