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뒤늦게 발견한 묘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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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제4보 (57~67)]
白.金主鎬 4단 黑.安達勳 5단

백이 A로 뻗으면 귀의 흑은 죽는다. 그걸 놔둔 채 공격에 나선 흑은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 잡지 못하면 죽는다고 안달훈5단은 결심하고 있다. 그만큼 백대마의 포살에 자신감이 있다는 뜻도 된다.

57로 밀고 59로 젖힌다. 다시 61로 밀어붙인다. 57과 61은 엄청난 손해수다. 한집을 금쪽같이 여기는 프로들이 이런 손해수를 둘 때는 확신이 없이는 두지 못한다. 아니다. 확신이 섰다 하더라도 이창호9단이라면 결행하지 않는다. 상대에게 내가 생각지 못한 묘수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63으로 공배를 메웠다. 상대의 목을 죄는 수지만 동시에 나의 목도 죄는 자충수다. 고수들은 이런 수에서 끔찍한 살의를 느끼며 몸을 떤다. 그리고 이런 수 다음엔 으레 결정적인 한수가 등장하게 마련이다.

한데 막 결정타를 던지려던 안5단의 눈빛이 묘하게 일그러진다. 순간적으로 뭔가를 본 것이다. 그가 두려했던 결정타는 '참고도1'의 흑1이다. 이렇게 바로 씌운 다음 2엔 3으로 막아버린다. 4로 끊어도 뒤로 돌리면 된다. 백B는 흑이 두점을 따내는 순간 사망이다.

하지만 '참고도2' 백1로 먼저 치중하는 수가 있었다. 흑2를 기다려 비로소 3으로 기어나오면 흑은 막을 수 없다. 둑이 무너지는 것이다. 안5단은 뒤늦게 이 수를 보고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65로 한발 늦춰 막으며 다시 포위망을 가다듬는다. C로 나와도 D로 끊으면 백은 여전히 살 길이 없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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