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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상표 가짜 판쳐 - 경매장서 마구잡이로 딱지붙여 고급으로 둔갑일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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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0일 오전6시30분 대구매천동 대구농산물도매시장 경매장.경매를 기다리는 수박.참외.포도.레몬.참다래등 각종 과일들이 쌓여있다.이들 과일에는 모두 생산지나 품종을 알려 주는 딱지(상표)가 붙어있지 않았다.오전8시40분,경매가 끝나자 중매인들의 손길이 갑자기 바빠졌다.딱지붙이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상자에 든 참외를 꺼내 2~3개씩 스티로폼 접시에 넣고 비닐로 포장하면서'고급참외 금싸라기,품질보증'이라고 적힌 딱지를 일일이 붙였다.

포장하던 한 중매인(45)은“딱지는 상품을 더 낫게 보이도록 한다.이곳 도매상마다 딱지를 팔아 누구나 사서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팀의 확인 결과 이곳 농산물상가 A동 10여개의 도매상회에서'하우스수박 완숙''특등수박''감천수박 당도 14%이상''옥포신당수박 품질보증'등 수박딱지에서부터'제주산 참다래',참외딱지인'금싸라기','대구산 부사'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딱지를 팔고 있었다.수박딱지는 한줄(딱지 9개)에 1천5백원,9~1백개의 스티커가 들어 있는 참외.참다래등 딱지는 한줄에 1천~1천5백원에 팔렸다.

이곳 B상회 주인은“스티커가 하루 1백~2백줄씩 팔린다.중매인과 이곳에서 과일을 떼가는 소매상,아파트단지를 돌며 파는 차량판매상들이 주로 사간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과일을 사서 아파트단지를 돌며 팔고 있다”는 沈모(55.남구대명동)씨는'하우스수박'딱지 5장을 보여 주며“이걸 붙여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산다.과일에 붙은 딱지와 농산물생산지는 전혀 다르다”고 털어 놓았다.

부산 엄궁농산물도매시장등 전국의 농산물시장이 대부분 비슷한 실정이다.고령에서 수박을 싣고 온 농민 朴모(53)씨는“설사 딱지를 붙여 오더라도 중매인이나 소매상들이 내 딱지를 떼내고 다른 딱지를 붙인다.'고령수박'이 더 유명한'옥포장천''전라도 산수박'으로 둔갑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부산.대구=홍권삼.안장원.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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