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청소년축구대회>한국, 브라질에 10-3패 국제망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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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치욕''어쩌면 이럴 수가…'-. 한국축구가 망연자실,할 말을 잃은 날이었다.

기량이 모자라는 것은 할 수 없다 치고 게임을 하겠다는 투지도,의욕도 없었다.그것은 축구가 아니었다.

10-3이란 스코어는 야구나 핸드볼에서 나오지 축구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기량 차이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한국선수들은 브라질전에서 특유의 투지나 악착같은 수비도 펼쳐보이지 못했다.그것이 문제다.

축구팬에게 안겨준 절망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일부러 지려고 해도 그렇게 질 수 없는 게임으로 일관한 한국축구는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관계기사 39면〉 한국청소년축구대표팀은 22일 말레이시아 쿠칭 사라와크스타디움에서 벌어진 97세계청소년축구대회 예선B조 3차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10-3이란 큰 점수차로 대패,1무2패로 예선탈락했다.이는 지난 48년 런던올림픽(스위덴에 12-0패),54년 스위스월드컵(헝가리에 9-0패),64년 도쿄올림픽(통일아랍공화국에 10-0패)이후 최대의 참패로 한국축구사에 기록되게 됐다.

이제 한국은'아시아 최강'이란 말을 더이상 입에 담기가 부끄럽게 됐다.

이날 한국축구는 정신력 부족,체력의 열세,작전 미스등 모든 면에서 총체적 실력차이를 드러냈다.

이날 브라질 스트라이커 아다일톤은 혼자 여섯골을 넣는등 국제대회에서는 좀체 보기 드문 다득점을 기록했다.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한국은 1분 한종성(성균관대)의 왼쪽 센터링을 이관우(한양대)가 오른발로 발리슛,골포스트를 빗나갔지만 기세좋게 경기를 시작하는 듯했다.한국은 그러나 곧이어 절묘한 패스워크와 찬스만 나면 기어이 골로 연결시키는 브라질의 개인기에 수비망이 와해되면서 핸드볼처럼 연속골을 내주며 주저앉았다.

전반19분 브라질은 비니시우스가 벌칙구역 오른쪽에서 센터링한 볼을 페르난도가 그대로 점핑 헤딩슛,한국 골네트를 가르며 골잔치를 시작했다.

한국은 6-0으로 뒤진 후반11분 이관우가 수비벽 사이로 직접프리킥을 오른발 강슛,첫골을 뽑아내 영패를 면했다.

이어 정석근이 28분,이정민이 45분 한골씩을 뽑아냈으나 브라질은 너무 높은 벽이었다.

한국은 이날 프랑스에 4-2로 진 남아공에 골득실에서 뒤져 조 최하위로 밀려났다.

쿠칭(말레이시아)=제정갑 기자 ◇예선B조 3차전브라질 10 6-04-3 3 한국 (3승) (1무2패) 페르난도(전19,전43)아다일톤(전31,전33,전37,전40,후18,후24)비니시우스(후23)후니오르(후37.이상 브라질)이관우(후11)정석근(후28)이정민(후45.이상 한국)프랑스 4-2 남아공 (2승1패) (1무2패)

<사진설명>

10-3.야구장 전광판인가-.한국-브라질 청소년축구경기가 끝난 뒤 전광판에 새겨진 스코어가 2002년 월드컵 개최국 한국을 조롱하듯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 쿠칭=김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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