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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한지로 멋 내고 접시는 기와로 … ‘코리아’를 서빙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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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 청담동의 ‘우리가’(02-3442-2288)는 10년째 전통 혼례 음식과 선물 음식 전문점 ‘안정현의 솜씨와 정성’을 운영해 온 전통요리 연구가 안정현씨가 운영한다. ‘우리가 즐기는 음식예술’이란 뜻이다. 이 식당은 접시 하나마다 화선지를 깔아 단아한 분위기를 낸다. 소나무 가지의 곡선미를 좋아하는 안씨는 꽃잎과 나뭇가지 등 자연 재료와 함께 음식을 꾸며 맛과 함께 멋도 느낄 수 있게 했다. 접시도 반원형 기왓장, 칠흑같이 까만 숯돌, 유백색의 도자기 판을 비롯한 개성 있는 문화상품이다. 요리 연구 이전에 독보적인 양초공예가였던 안정현씨는 “모든 게 디자인 시대에 걸맞게 변화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 한식당의 문화적 수준은 제자리 걸음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도예가 문지영씨의 도자기 식기(얹힌 것은 채끝등심구이), 은병수씨가 디자인하고 무형문화재 이형만씨가 제작한 나전칠기 시계, 작가 박경숙씨의 조각보 형상의 벽걸이, 평양식 반닫이 . 도예가 이헌정씨의 도자기 식기. 한식당 ‘품’에서 볼 수 있는 문화 소품들이다.


고동색 원목 테이블과 의자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한 인테리어는 마영범(경성대) 교수의 작품이다. 모던하면서도 단아한 전통미의 기품이 동시에 느껴지게 하자는 의도다. 창호지를 바른 별실에는 예쁘게 수놓은 조각보를 걸어놨다.

패션 하우스 에르메스의 프랑스인 중역들이 “한국 음식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군요”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서울 논현동의 한식당 ‘천지일가’(02-511-0199)는 자연이 주는 투박한 멋을 콘크리트 속 한옥에 구현한 공간으로 이름이 났다. 설계자인 마영범 교수는 "한옥을 기본으로 한국적 냄새를 풍기도록 했다”고 말했다. 살짝 드러낸 기와 지붕은 일단 맛보기다. 대문을 통과하면 천장이 탁 트인 홀이 나타나는데, 마치 너른 마당에 들어선 듯하다. 나무 테이블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한 단을 딛고 올라서게 만든 인테리어는 마치 우리 전통 가구나 그릇에서 봤던 ‘받침’을 본뜬 듯 익숙하다. 테이블 주변 벽은 한지로 멋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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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시선을 위로 하면 정면 2층엔 누각을 본뜬 별실이 있다. 주변을 감상하며 식사할 수 있는 편안한 정자 같다. 온돌방도 있다. 누각은 두툼한 나무기둥이 받치고 있다. 한국관광음식문화협회 이사인 강영수 조리실장은 “제철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대표 메뉴를 만든다”며 “한국 문화를 느끼면서 제대로 된 한식을 즐길 수 있게 하려는 게 의도”라고 밝혔다. 그의 말답게 마치 예술작품처럼 음식을 내는 것이 천지일가의 특징이다. 생인삼을 얇게 저민 ‘인삼과 꿀’은 접시 가운데에 꽃을 장식하고 잎처럼 놓아 멋을 낸다. 흑산도 삼합도 홍어를 접시 가운데 세워 스타일링하는 묘미를 선보인다.

전주 비빔밥을 전문으로 하는 고궁 인사동점(02-736-3211)은 매일 저녁 한 시간씩 국악 공연을 한다. 전통 음식과 전통 음악의 조화다. ‘전주대사습’으로 유명한 국악의 도시 전주의 전통 음식이란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나물 위주의 한식을 내는 풀향기 삼성 본점(02-539-3390)도 국악 공연을 한다. 놀부명가(02-595-0202)는 창덕궁 모습의 식당 내에 골동품을 전시한다. 66의 무대에선 하루 2회 한국무용과 국악 공연을 한다.

지난해 12월 25일 서울 남산에 문을 연 ‘품 서울’은 아예 처음부터 한식 품격 상승과 세계화를 목표로 기획됐다. 푸드스타일리스트 노영희, 한국 궁중음식 전수자 한복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총감독 은병수, 전문 경영인 황건중. 식당 경영과 관련해선 내로라하는 이런 인물들이 서로 손잡고 세계로 진출할 한국 음식점의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하겠다며 낸 곳이다. 앞으로 LA·파리·도쿄·베이징 등 세계적인 도시로 진출하기에 앞서 세운 본점이다.

실내 인테리어도 한국 전통문화를 현대에 맞춰 재해석한 개념으로 했다. 그릇은 한국 문화의 격을 보여주는 현대적인 국산 창작 도자기를 사용했다. 한식과 한국 문화를 함께 보여주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문화로 아우라를 낸 한식’이란 개념이다.

이 한식당은 ‘재료는 최상의 제철 재료만 사용하고, 반가 음식에 기본을 두되 이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한 모던 한식을 개발해 선보인다’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



특별취재팀: 팀장=채인택 피플·위크앤 에디터, 홍콩·뉴욕·도쿄·파리=최형규·남정호·김동호·박소영·전진배 특파원

유지상·권혁주·이도은 ·이영희·전수진·송지혜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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