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얇아진 아빠들 옷값·레저비부터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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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SK텔레콤에 근무하는 황철(40)씨는 새해를 맞아 50만원 정도하는 비즈니스 캐주얼 한 벌을 구입하려다 마음을 접었다. “마음에 드는 옷을 여기저기서 절반 이상 할인해 팔고는 있지만, 선뜻 돈을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하던 가족 외식도 반으로 줄였다. 대신 주말에 대형마트에 들러 외식 기분을 낼 수 있는 재료들을 사 집에서 요리해 먹는다. 그는 “소득이 지난해에 비해 낮아지지 않았지만 경기가 불투명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으로 가장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6∼19일 수도권 523가구 가장에게 물어본 결과 77%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폭 줄였다는 답이 37%, 다소 줄였다는 답은 40%였다. 지출을 가장 많이 줄인 부분은 의복 구입비(20%)였다. 문화·레저비(17%)와 외식비(16%)가 뒤따랐다. 연령대에 따라 씀씀이를 줄인 항목은 조금씩 달랐다. 20대 가장들은 외식비, 30대는 문화·레저비, 40대는 의복 구입비를 우선 축소했다. 그러나 사교육비와 경조사비 지출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 자녀 과외비를 줄인 가정은 2%대에 지나지 않았고, 경조사비를 덜 낸다는 답변은 1%대였다.

소비를 줄이게 된 직접적 원인은 ▶가계부채 증가(42%) ▶근로소득 감소(28%) ▶경기 불안(23%) 등이었다. 성명기 대한상의 조사기획팀장은 “소득별로는 월급여 3000만원 정도 되는 가구의 소비가 가장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예상하는 가구가 절반 정도였다. 올해 안에 회복되리라는 기대를 갖는 사람은 9%에 지나지 않았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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