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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상속다툼.비밀결혼 말썽 하벨 체코대통령 인기 하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체코국민들의 영웅이자 반체제작가로 유명한 바츨라프 하벨 체코대통령이 최근 잇따른 실책으로 체코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하벨의 첫번째 실수는 프라하의 바츨라프광장 옆에 위치한 루체르나 빌딩을 둘러싸고 생긴것이다.

공산체제 붕괴후 하벨은 동생 이반과 함께 조부가 지은 이 건물의 소유권을 공동으로 갖게 됐다.

이후 하벨과 동생은 서로 더 많은 몫을 분배받으려 소송을 벌였고 재산분쟁에 지친 이반은 자신의 몫을 부인에게 넘겼다.

재산 싸움이 계속되자 하벨은 지난달 라디오 대담프로에 출연,계수를'거짓말쟁이'등 거친 단어를 써가며 공격해 구설수에 올랐다.또 최근엔 루체르나 빌딩에 대한 자기 몫을 신흥자본가 바츨라프 유넥에게 2억코루나(약 56억원)를 받고 몰래 팔아버렸다.

유넥은 과거 공산당 소유의 무역회사 체마폴의 대표였으나 공산정권 붕괴후 체마폴을 인수,민영화해 큰 돈을 번 인물이다.

그런데 문제는 유넥이 과거 체마폴 파리지사장으로 일할 때 체코비밀경찰과 소련 KGB를 위해 정보수집활동을 했던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체코국민들은 민주투사였던 하벨이 공산정권을 위해 일했던 인물과 거래한데 대해 무척 실망하고 있다.

하벨이 저지른 또다른 실수는 여자문제다.

하벨은 지난 1월 여배우 출신의 다사 베스크르노바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

문제는 하벨이 전처 올가와 사별한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체코에선 배우자와 사별하면 1년이 지나야 결혼할 수 있다는 불문율이 있는데 이를 대통령이 깨뜨려버려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의 여파로 89년 취임후 지난 연말까지 80%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던 지지도도 최근엔 66%까지 내려갔다.

최근 체코는 무역적자에 생산성 하락등으로 큰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데 여기에 체코국민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하벨이 국민지지를 잃는다면 체코정국이 불안에 휩싸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라하=정우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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