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불볕더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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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구가 한랭화하고 있다는 과학계의 통념을 완전히 뒤엎고 81년'지구의 온난화'현상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미 항공우주국(NASA)'고다드 우주연구소'의 제임스 핸슨소장이었다.지난 한 세기동안 지구온도는 섭씨 약 0.6도 상승했으며,더욱 빠른 속도로 상승하리라는 그의 주장은 한동안'이단시'됐으나 결국은 옳은 것으로 밝혀졌다.

핸슨은 아직 50대 중반이지만'지구의 온난화'현상과 관련한 많은 에피소드를 남겼다.88년 6월의 어느날 그가 상원의 한 소위원회에서“지구 온실효과는 이론이 아닌 현실”이라고 증언하고 있을 때 워싱턴의 기온은 섭씨 38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90년초 그는 90~92년 사이의 어느 한 해가 사상 최고의 무더운 해가 될 것이라며 동료와 내기를 걸었다.그의 예상대로 90년의 기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그는 내기돈 1백달러를 챙겼다.91년의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폭발로 지구 온난화가 한동안 억제될 것이라는 예언도,95년에 다시 사상 최고의 무더위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예언도 모두 적중했다.

지금은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그의 견해에 동조하고 있으며,2050년까지 지구의 기온이 섭씨 1.7도나 상승하리라는 주장은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지구가 더워지는 현상은“공업가스가 대기권에 열을 가둬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논리지만,무더위로만 그치는게 아니라 각종 기상이변을 몰고 온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해 평균 섭씨 15.4도로 사상 가장 무더웠던 95년이 좋은 예다.카리브해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영국을 휩쓴 금세기 최악의 가뭄,8백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중서부의 폭염,그리고 시베리아의 이상난동이나 알래스카의 눈 기근현상 등 기상이변이 모두 지구 온난화 탓이라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2000년 이전에 최고기온 기록이 또 한번 경신될 것이라는 보고를 내놓은 바 있고,초여름의 불볕더위는 올해가 바로 그 해가 되리라는 느낌을 점점 짙게 하고 있다.환경보호론자들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공업가스방출로 인한 오염의 책임이 미국을 필두로 한 풍요로운 나라의 순서와 정비례한다고 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과연 몇번째로 책임을 져야 할 나라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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