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태수 리스트 관련 정치인 공판 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정태수(鄭泰守)리스트'와 관련,기소된 정치인 8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16일 서울지법 417호 법정은 방청객이 적어 비교적 한산했으나 피고인들은 격앙된 어조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등 시종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공판에서는 실어증(失語症)으로 알려지고 있는 정태수피고인이 미리 준비해온'답변카드'를 들어올리는 것으로 검사 신문에 답변해 눈길. 정태류(鄭泰柳)변호사가 준비해온 카드는'네''기억에 없습니다''모릅니다''아닙니다'등 네가지로 鄭총회장은 이날 대부분 '기억에 없습니다'와'모릅니다'카드만 사용. 또 鄭총회장은 재판도중“정치인에게 돈을 준 것은 모두 이용남(李龍男)전 한보철강사장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는 메모를 왼손으로 쓴 뒤 검찰이 정치인에게 돈을 준 내역을 물으면 이 메모지를 가리키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 …鄭피고인은 이날 수염과 머리를 기른 상태로 입정해 병색이 완연한 모습.그러나 鄭피고인은 응답도중 답답하면 왼손을 번쩍 들어 아니라고 손을 힘차게 휘젓는가하면 재판장의 퇴정명령에는 교도관 부축없이 벌떡 일어나 주위를 어리둥절케 하기도. …검찰수사과정에서“형님이 2억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던 문정수(文正秀)부산시장은“나도,가족도 한보로부터 돈을 받은 일이 없고,김종국(金鍾國)전 한보 재정본부장이 집을 찾아온 일도 없다”고 공소사실을 부인. 이에대해 鄭총회장은“文시장에게 2억원을 주라고 지시했다”고 답변한 뒤“어떤 사과상자에 넣어주었느냐”는 검사질문에는'기억에 없습니다'는 답변카드를 들어보였다. …박희부(朴熙富)전 의원은 “지구당사무실에 이용남전사장이 왔을때 제약회사 외판사원인 줄 알고 소리쳐 나가라고 했다”며“만난 시간도 2~3분 정도였고,그 사람이 李전사장인지 아직도 알 수 없다”고 주장. 朴전의원은“약품세트라는 것은 본 것같지만 단돈 10원도 받은 일이 없다”고 해명. …재판시작전인 오전9시40분 김상현(金相賢)의원을 시작으로 차례로 입정한 피고인들은 재판시작 전까지 취재진에게 각자 억울함을 호소. 최두환(崔斗煥)피고인은 취재진에게“정치권의 정치자금 수수관행을 알면서도 검찰이 억지로 기소한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 한편 지방에 거주하는 피고인들은 2~3일전 미리 상경,변호인들과 수차례 숙의를 가졌다고 한 보좌관이 전언. 김정욱.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