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파는 사람들 - 자녀교육.건강.부부생활법등 강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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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황신혜만한 미모도 아니고,조용필같은 노래솜씨가 없어도 텔레비전에 나가 스타가 될 수 있다.그렇다면 코미디언? 그건 아니지만 웃길 때는 정말 눈물나도록 웃겨야 한다.

필요한 것은 먼저 얘깃거리.무슨 얘기를 한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관심사다.자녀교육.건강.부부생활비법….다음으로 필요한 건 개성있는 말투와 거침없는 입담.아나운서같은'방송표준어'는 맥을 못춘다.

본보기는 여기 있다.“꼴릴 때만 하라,꼴리지 않으면 하지마라”는 김용옥씨.'전직 고려대철학과 교수,현직 한의사'직함이 무색하게 적나라하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방중술에서 배변습관까지 건강법을 아침방송에서 특강,화제가 되고 있다.

다소 역겹게 들릴 수도 있는 고음(高音)으로“사랑하소~서”“행복하소~서”하고 시(詩)를 읊으며 강의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유명한 정덕희씨.최근 강의 테이프를 끼워 펴낸 자서전 제목'여성이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처럼 주부.여사원대상 강의가 특기인 그는 몇차례 텔레비전 특강,낮시간 라디오 프로진행에 이어 코미디 프로에까지 진출했다.

건강상품 광고모델로도 출연하는 '신바람 건강법'의 황수관씨,더 거슬러 올라가면'댁의 아이는 어떻습니까'의 이성호씨도 빠뜨릴 수 없는 좋은 모델이다.

학력? 예로 든 모델들에겐'교수''박사'직함이 꼭 달라붙지만 크게 신경쓸 건 아니다.전문분야에 박학한 지식만 있으면 좋다.자기분야의 최고권위자면 더 좋다.하지만 스타 강사(講士)가 되는 필요충분조건은 결코 아니다.박사면 박사인대로,초등학교 중퇴면 중퇴인대로 할 얘기가 있다.

시청자들은 동양 3국과 미국 하버드에서 공부했다는 고학력자 김용옥씨의 입에서 남녀생식기와 신체배설기관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이 쏟아질 때 만큼이나,한때 우울증 걸린 전업주부였다는 정덕희씨가 성공하는 여성의'일'에 대해 당당히 얘기할 때 쾌감을 느낀다.

황수관?'아,신바람 건강법'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의 머리속엔 초등학교 교사에서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박사'로 변신한 그의 이력과,앞으로 버는 강연.광고수입은 연세대에 기부하겠다는 그의 미담기사가 차례로 떠오른다.

짧은 강연동안 이네들이'파는'것은'청진기 든 의사들의 처방을 다소 뒤엎는 건강법'과'남편 기살리는 아내노릇 하기'충고만은 아니다.그네들 스스로가 살아온,난관을 극복한 성공인생.행복인생론의 전도사 노릇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스타의 길은 만만치 않다.아직 방송에선 유명인이 아니지만 기업체.관공서.각종단체의 강연프로그램에 불려다니는 스타후보 강사들은 줄잡아 1천여명.흔히 '산업강사'라고 불리는 이들의 단체인'한국산업교육연합회'의 통계에 잡힌 숫자다.

전문분야는 영업판매.인간관계.예의범절.법률재무.경영혁신.정신교육등 다양하다.강사 자격증이 따로 없는만큼 공식적인 데뷔경로도 없다.

그래서 특급호텔에서 대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든,마을회관에서 촌로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든'불러주는 데가 있어야만'강사다.

그래도 스타가 돼보겠다고? 당신의 풍부한 이력을 종이위에 써내려가라.특유의 화술과 전문지식에 웃음을 버무려 만든 시험판 강연비디오를 제작하라.관련분야 저작이 있다면 첨부해도 좋다.그래서 각 기업체 교육담당자나 강연자를 알선해주는 단체에 보내보라.조기퇴직자.실업자가 한둘이 아닌 요즘 강사스타 지망생이 당신만은 아닌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후남 기자

<사진설명>

감동적인 말을 할 때 눈물을 삼키게 한다.웃길 때도 눈물나게 웃긴다.이 시대의 말꾼들은-.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용옥.이성호.황수관.정덕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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