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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고있을 때 쌀이 고맙지 부자된 뒤 金이 무슨 소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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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 8일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자동차부품업체인 창윤(주) 공장을 방문한 황영기 우리은행장(왼쪽에서 둘째)이 조용이 회장(左)의 설명을 듣고 있다. [신인섭 기자]

8일 낮 12시 경기도 수원 중소기업지원센터 16층 '중소기업 CEO 초청 오찬간담회'. 우리은행이 중소기업의 경영 애로를 듣기 위해 마련한 이 자리에서 30명의 중소기업 CEO들은 황영기 우리은행장에게 평소 담아두었던 의견을 쏟아냈다.

휴대전화 배터리 생산업체인 한림포스텍의 정춘길 회장은 "성장성있는 기업은 담보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의 담당 직원이 믿을만 하면 바뀐다"며 "담당 직원이 현장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전문성을 키워달라"고 요청했다.

명진산업의 전병진 대표는 "굶고 있을 때 쌀 한가마 갖다 주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부자일 때 금괴 1t을 줘봤자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하고 "최근 일선 은행 영업점의 분위기가 위축돼 자금조달이 어렵다"고 말했다.

무선진공청소기 생산업체인 에에스전자의 주영종 사장은 "지난해 10월 수출대금 300만달러를 헤지(위험 분산)하다가 환차손을 많이 봤다"며 "중소기업이 환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은행이 담당 직원을 두고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일심금속의 한경환 대표는 "중소기업을 하다 보면 판매처 확보 등을 위해 다른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은행이 중소기업의 신용도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지원센터를 운영하기 바란다"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황영기 행장은 "추석 전까지를 중소기업 특별금융지원 기간으로 정하고 신용보증기관과 연계해 영세 중소기업에 6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황 행장은 "중소기업의 성장가능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은행이 기술력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중소기업 CEO 등이 참여하는 기술력평가 자문단을 구성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teenteen@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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