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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람세스' 어떤 내용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초여름 출판계에 장편소설 '람세스'(전5권.문학동네刊)바람이 후끈하다.발간 두달반만에 40여만부가 나가는 기세를 떨치고 있다.람세스 열기를 다각적으로 음미해본다. 편집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그리고 미라와 파피루스의 나라 이집트.중국.인도등과 함께 세계 4대문명의 발상지로 기억되는 이집트를 한국 출판계의 히트상품으로 떠올린 '람세스'의 키워드는'진정한 힘' 한 구절로 귀결된다.

소설의 주무대는 기원전 1300년의 이집트.가장 위대한 파라오로 숭앙받는 람세스2세의 일대기다.람세스는 태양신'라'의 아들이라는 뜻.'삶에 대한 만족할 줄 모르는 갈증과 한없는 상상력을 소유했던'소년이 왕위에 올라 갖은 질투와 음모,그리고 수많은 배신과 역경을 이겨내며 90세로 숨을 거둘 때까지의 일생이 펼쳐진다.만화영화나 모험소설 같은 숨가쁜 장면 전환이 압권. 소설은 14세의 람세스가 아버지 세티 앞에서 야생황소와 맞대결하는 시험에서 시작한다.황소를 제압하진 못했지만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며 왕자(王者)로서의'싹'을 보여준다.

첫시련을 통과한 람세스의 화두는'진정한 힘'에 대한 탐색.각각 신성문자.외교.주술등을 꼽는 친구들과 달리 그는 파라오의 공평무사한 정치를 든다.람세스는 세티왕의 차남.위로 셰나르라는 형을 두었다.교활하고 계산이 빠른 셰나르는 후계자가 되기 위해 동생에 대한 모략을 일삼는다.반면 의술.마법에 능통한 땅꾼 세타우,처세술에 능한 외교관 아샤,신성문자에 정통한 아메니등의 지우(知友)가 람세스를 보좌한다.

세티의 선택으로 람세스는 23세에 파라오에 등극한다.그리고'파라오는 큰 자나 작은 자나 모든 인간들에게 생명을 나눠주며 언제나 유익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선왕(先王)의 유언을 평생의 거울로 삼는다.

이후 그는 당시 오리엔트 최대강국이었던 히타이트와 당당히 맞서고 서쪽으론 리비아,남쪽으론 누비아를 정벌하며 세계제국의 군주로 떠오른다.또한 아부 심벨과 카르낙 신전등 대규모 사원을 세우며'건설왕'으로서의 면모도 갖춰 나간다.

패배한 적의 손발뿐 아니라 성기를 잘라 난폭한 정복자였다는 역사적 전거(典據)와 달리 소설속의 람세스는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도 평등하게 다스리는 인물로 그려진다. 심지어 코끼리.사자.개등 동물들과도 교감을 나눈다.

람세스의 통치철학은 철저한 애민(愛民)정신.'장님들을 비웃지 말라.절름발이를 놀리지 말라.건강하건 불구건 우리는 모두 신의 손 안에 있기 때문이다'라고 선언한다.그리고 임종의 자리에서도'한쪽을 위해 다른 쪽을 소홀히 하면 인류는 폭력과 무질서에 놓일 것'이라며'진정한 힘'의 의미를 거듭 강조한다.

람세스의 영웅적 발자취가 소설의 뼈대라면 수많은 여인과의 사랑이 작품의 살을 이룬다.당돌하고도 정열적인 애정으로 육체의 열락(悅樂)을 깨우쳐준 이제트,뛰어난 미모에 냉정한 지혜를 겸비한 왕비 네페르타리와의 관계가 흔한 애정소설 이상의 감동을 전한다.

이같은 정복과 애정의 이중구조 사이로 형제들간의 암투,친구들과의 우정,신권과 왕권의 대립,삶과 죽음의 수수께끼,모세와의 인간적 갈등이 어우러지며'람세스'는 고대 이집트의 총체적 모습을 마치 웅장한 교향곡처럼 들려주고 있다.근래 보기 드문'남성소설'이라고나 할까. 박정호 기자

<사진설명>

람세스 2세가 왕비 네페르타리를 위해 건설한 아부심벨 대신전의 웅장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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