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가있는곳>서울 사간동 가로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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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의 역사는 길지만 해방전부터 서있던 오래된 가로수는 별로 없다.나이를 먹어 넉넉하게 품을 벌리고 서있는 모습은 보기에도 근사한데 요즘은 그 모습을 보기가 여간 어렵지 않게 됐다.

경복궁 담을 따라 나란히 서있는 가로수는 매력적이다.아마 서울의 오래된 고목 가로수중 하나일 것이다.이 가죽나무 가로수는 화강암을 쌓아올려 만든 경복궁 담장과도 잘 어울린다.

그림그리는 나는 가끔 화랑일로 사간동 현대화랑에 가는데 그곳에 가면 언제나 가로수와 경복궁 담에 눈길이 멈추게 된다.

때로 가로수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기도 한다.

어려서 청운소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경복궁 담을 따라 흘렀던 개천이며 개천가를 따라 서있었던 가죽나무,그리고 신무문(神武門)앞에서 공을 찼던 기억들이 걸을 때마다 떠오르곤 한다.

지금은 오래 걷기 힘들어 화랑 창밖으로 경복궁 담장을 따라 서있는 가죽나무를 지켜볼 때가 많아졌다. 이대원〈화가.전 예술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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