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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파일>'프랑스여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오늘 내가 누리고 있는 가정의 평화와 남편의 사랑과 귀여운 아이들의 재롱에 만족하지 못하고“옛날 그 남자를 택했더라면…”하고 끊임없이 회의하는 여성. 회의하다 못해 지나가 버린 사랑을 기어코 확인하려는 어리석음.좋게 말하면 사랑이 넘쳐나는 성격이고 나쁘게 말하면 현재에 발딛기를 두려워하는 비겁한 인간이 아닐까. 남성 감독들은 정많은 여성을 묘사할 때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로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 외도라는 원색적 발산을 택하곤 한다.

레지 바르니에 감독의'프랑스 여인(Une Femme Francaise.우일)도 그런 시각의 영화다.독일군 포로,인도차이나 파병,시리아 근무등으로 프랑스가 관계된 전쟁 때문에 떠나야 했던 남편(다니엘 오테이으)을 끊임없이 배신하며 남편의 동료,독일인 사업가와 사랑에 빠지는 아름다운 프랑스 여인(임마누엘 베아르.사진).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자신을 용서한 남편을 사랑할 수 없었던 이유는 없고 이국적 공간 속에서의 정열적 사랑만이 환상처럼 그려진다.

95년 모스크바영화제에서 감독.여우주연.남우주연상을 받았다는데 다른 상은 몰라도 임마누엘 베아르의 우아한 자태와 열정적인 연기를 인정한 것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

비교해 볼 수 있는 영화 두편이 훨씬 설득력 있고 깊이가 있다.장 폴 위베르의'추억'(새한)에서 카트린 드뇌브는 처녀 시절의 남자를 남편과 아버지가 멀리 보내야했던 까닭을 너무 늦게 알게 된다.프레드 셰피시의'플랜티'(우일)에서 메릴 스트립은 첫사랑의 환영을 붙들고 있다 자신의 생을 소진했음을 깨닫게 된다.

비디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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