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남 전철연 의장은 15년간 의장…비타협적 농성 인터넷 통해 ‘투쟁 속보’ 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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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의해 서울 용산 세입자 농성의 모의와 실행을 지휘한 것으로 지목된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남경남(55·사진) 의장은 강경 빈민운동가다.

남씨는 경기 수지 풍덕지구 세입자대책위원회 위원장 출신이다. 1991년 철거민 운동에 뛰어들었고 93년 전철연에 창립 멤버로 가입했다. 남씨는 다음해 초대 의장인 이모씨를 ‘타협적 개량주의자’라고 비판하면서 세를 키워 2대 의장에 올랐다. 남씨가 80~90년대 철거운동에 뛰어든 ‘학출’(학생 출신) 활동가로부터 교육을 받은 것으로 수사당국은 파악했다. 남씨는 2004년 경기 고양파출소 화염병 투척 사건으로 현재 수배 중이다.

남씨는 지난해 연말 전철연 송년회 인사말에서 “이명박과 부시, 오바마에게서는 기대할 것이 없으며 오직 투쟁하는 민중만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20일 사건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22일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대표와 만나 “화염병은 철거용역과 경찰 때문에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씨의 지도 아래 전철연은 철거 현장에서 화염병과 망루로 대표되는 폭력 농성을 주도했다. 운동권 내부에서도 전철연은 ‘비타협적 빈민 해방 투쟁을 이끄는 조직’으로 알려졌다.

전철연은 ‘철거민은 노동자’라는 인식에 따라 철거민 문제를 ‘주거권’이 아닌 ‘계급적’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2002년 3월 운동권 연대단체인 ‘민중연대’에 가입한 뒤 학생·노동운동 진영과 공동투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중앙본부와 서울·경기·인천·부산 등 4개 지역철거민연합, 25개 지역대책위원회에서 2만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핵심 세력은 5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전철연은 인터넷을 통해 ‘투쟁 속보’를 알리고 필요할 때마다 집회와 투쟁인력 지원 등 공조 체제를 구축했다 . 농성 사망자(5명 중 3명)와 구속자(5명 중 3명) 대부분이 전철연 소속이다. 또 이모 용산4구역 철거민 대책위원회(철대위) 위원장 등 세입자 중 상당수도 전철연 회원이다. 전철연 측도 “철대위가 전철연 소속이기 때문에 투쟁을 지원했다”고 밝히고 있다.

전철연은 철공·용접기술을 지닌 회원을 동원해 쇠파이프, 인명 살상이 가능한 새총은 물론 사제 총포류·LPG 화염 방사기 등 투쟁 용품을 자체 제작한다. ‘골리앗’이라 불리는 망루는 제작 비용이 1000만원을 넘는다.

이철재·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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