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겨울 식중독’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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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충남 아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한 명이 배를 움켜잡고 복통을 호소했다. 이틀 후부터 매일 4~10명의 학생들이 두통·설사·복통·메스꺼움 증상을 보였다. 조사 결과 증상을 보인 26명 중 6명에게서 유전자형이 같은 노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설 연휴에다 겨울 가뭄이 겹쳐 발생 위험이 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 환자는 537명(10건). 그 기간 전체 식중독 환자 859명(26건)의 62.5%에 달한다.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은 2004년 발생하기 시작해 2006년 1191명, 지난해에는 694명이 감염됐다.

2003년 전에는 우리나라에 노로 바이러스가 알려지지 않았다. 검사할 능력이 없었다. 그냥 장염으로 통했다. 2006년 발생한 사상 최대의 학교급식 사고의 원인 균이 노로 바이러스로 밝혀지면서 많이 알려졌다.

식중독은 여름에 많이 발생한다. 한겨울에 식중독이 빈발하는 이유는 추위에 끄떡없는 노로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이다. 식약청 강윤숙 연구관은 “살모넬라균 등 식중독을 일으키는 다른 세균은 기온이 떨어지면 증식을 멈추지만 노로 바이러스는 추울수록 더 오래 산다”고 말했다.

겨울 가뭄도 노로 바이러스 감염의 원인이다. 식약청은 “지하수를 개발해 오염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식수로 쓰면 노로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된다”고 분석했다. 분변에 있던 노로 바이러스가 지하수로 들어가고 다시 사람한테 옮기는 식이다. 현재 강원·충청 등지의 200여 개 마을이 가뭄 때문에 식수난을 겪고 있다. 가톨릭대 의대 백순영 교수팀이 지난해 전국의 지하수 300곳을 조사한 결과 이 중 30% 이상이 노로 바이러스에 오염돼 있었다.

노로 바이러스는 감염력이 매우 강하다. 물이나 음식물에서 감염될 뿐만 아니라 사람 간 신체 접촉에 의해 2차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추운데 탈이 나겠어’라고 방심하는 점도 식중독이 늘어나는 이유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노로 바이러스=미국·일본 등에서 식중독 원인 1위다. 국내에선 2006년 이후 3년째 발생 건수나 환자 수에서 1위에 올라 있다. 영하 80도에서도 살아남는다. 이 바이러스가 든 음식을 냉장 보관해도 죽지 않는다. 그러나 85도에서 1분만 가열하면 죽는다. 감염돼도 건강한 성인은 며칠 설사하다 자연 회복되지만 어린이, 특히 2세 이하의 영·유아는 심한 설사·탈수·구토 등의 증세를 보인다. 예방백신·치료법·검사법이 없는 ‘3무(無)’의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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