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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거대은행가 손바닥서 놀아나는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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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달러
 엘렌 브라운 지음, 이재황 옮김
AK,716쪽, 2만5000원

글로벌 경제위기의 주범(?)이 미국이라는 데는 대개 의견이 일치한다. 1가구 1주택 소유라는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려는 과정에서 터졌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의 3중 적자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무역과 재정의 쌍둥이 적자에 가계 적자가 추가됐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달러가 도마에 오른다. 달러 기축통화체제가 아니라면 미국은 진작 부도가 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긴 미국은 아무리 무역적자가 나도 달러를 찍어 갚으면 된다. 재정적자가 아무리 많아도 미국 국채를 사겠다는 곳이 그렇게 많으니 정부 부도도 나지 않는다. 미국인들의 과소비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세계경제구조가 30년 이상 지속됐지만 이번에 된통 걸렸다.

지은이가 새로운 브레턴우즈체제와 신 국제통화를 위기의 해법으로 주창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책은 또 이 모든 게 월 스트리트의 극소수 거대은행가들의 농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달러를 찍어내는 건 연방준비은행(FRB)인데 이 FRB는 시티그룹과 JP모건 체이스은행 등이 대주주인 민간은행이다. 정부는 돈이 필요하면 FRB에 국민 세금을 담보로 잡혀 대출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과 세계는 이들 거대은행가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꼭둑각시 같은 존재라는 주장이다. 링컨과 케네디 대통령의 죽음도 이들과 무관하지 않단다.

나름대로 조리있게 설명하려 애쓴 책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팩션(faction)’느낌이 더 강하다. 달러와 세상의 한 면만 들여다 본 듯하다는 아쉬움도 느껴진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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