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남자들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잡지’에서 일하다 보니 ‘부자’와 간접적으로 관계 맺게 된다. 그들이 사고 싶어하는 것, 먹고 싶어하는 것, 가보고 싶어하는 곳을 잠시 체험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럴 때면 나 자신은 부자도 아니면서 그들의 마음은 이런 게 아닐까, 짐작하게 된다. 10년 가까이 가끔씩 부자 체험을 해본 나는 간혹 생각한다. ‘역시 돈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다. 이 사실은 돈 있는 사람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돈 많은 사람보다 돈 덜 많은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
몇 년 전, 프랑스의 유명 휴양지 니스 해변에 누워 아이스 버킷 안에 동 페리뇽 한 병 재워두고 하루 종일 몸을 태웠다. 처음에는 평생 처음 누리는 호사에 즐거웠지만 두 시간쯤 지나서 깨달았다. ‘혼자 오는 니스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대천 해수욕장이 더 낫군’. 요즘은 자동차 시승기를 쓰느라 한 달에도 몇 대씩 남들이 타보고 싶어하는 수입 차를 몰아본다. 간혹 고성능 스포츠카도 있다. 침 튀는 줄도 모르고 예찬하게 되는 차가 있는가 하면, 이 값에 이 정도 성능의 수입 차를 굳이 몰아야 하나 의문이 생기는 차도 있다. 공통적인 건 시승차에서 내려 다시 내 차를 탔을 때의 기분이다. ‘뭐니 뭐니 해도 내 차가 제일 마음 편하군’.
그리 친하지는 않지만 만나야만 하는 사람들과 와인을 마실 때가 종종 있다. 프랑스 그랑 크뤼 와인, 호주 부티크 와인이 줄줄이 내 입으로 들어올 때다. 물론, 좋다. 하지만 동네 횟집에서 잡어 세코시를 시키고 저렴한 화이트 와인을 유리컵에 따라 마시는 게 나는 더 즐겁다. 내가 서민 체질이라 이런 결론을 내렸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부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행복하지는 않다.
부자보다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라는 1970년대 베스트셀러 제목처럼 사랑하고, 배우면서, 사람답게 살면 부자보다 행복할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는 돈 한 푼 안 든다. 소유하는 사랑이 아닌, 그저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사랑을 말하는 거다. 그런 사랑이 우리에게 주는 충만한 기쁨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
나의 행복 전략은 ‘더 많이 느끼는’ 것이다. 5000원짜리 밥을 먹더라도 5만원짜리 밥을 먹는 사람보다 더 많은 맛을 느끼고, 꼭꼭 씹어서 영양소를 온전하게 내 것으로 만들면 내가 더 행복한 것 아닌가?
‘그 대상을 잘 알고, 많이 사랑해서 행복해지기’. 연재를 마치면서 꼭 하고 싶었던 말이다.
현직 남성 잡지 기자인 송원석씨는 ‘신사, 좀 노는 오빠, 그냥 남자’를 구분 짓게 하는 ‘매너’의 정체를 파악, 효과적인 정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