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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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도철은 호스트바에서 여자들이 니키 마우마우단이나 로즈 버드단에 관하여 이러쿵저러쿵 말을 나눌 때마다 혹시 그들 중의 누가 도철 자신이 니키 마우마우단원이라는 사실을 알기라도 할까 싶어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가슴이 쿵쾅거렸다.아직까지 우풍이 호스트바에서 일한 경력을 경찰이나 검찰에서 털어놓은 것 같지 않고 로즈 버드단원들 중에서도 그 사실을 일러바친 여자애는 없는 것 같아 수사관이 도철이 일하는 호스트바로 급습을 한 적은 없지만 언제 상황이 변하여 형사들이 들이닥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하긴 형사들이 들이닥쳐도 업소의 주인이나 지배인은 불법영업을 단속하기 위해 형사들이 출동한 것으로 여기고 종업원과 손님들을 비밀통로로 해서 순식간에 빼돌려줄 것이 분명하였다.

하루는 호스트바에 놀러온 유부녀가 도철이 마음에 들었는지 지배인에게 부탁을 하여 도철을 2차 파트너로 데리고 나가겠다고 하였다.도철 역시 생활비와 용돈이 필요했던 터라 그 유부녀를 따라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대리 운전자를 시켜 자기 외제 승용차를 몰게 하여 강변의 밤 풍경이 그림처럼 내다보이는 워커힐 호텔로 도철을 데리고 갔다.그녀는 자기가 돈이 얼마나 많은가,아니 얼마나 돈이 많은 남편의 부인인가를 취중에 떠벌리며 도철의 옷을 벗겨나갔다.도철은 안경은 쓰고 있지만 체격은 미끈하게 빠져 여자들이 홀릴 만도 하였다.도철을 완전히 나체로 만든 그녀는 마치 도예공예품을 어루만지듯 도철을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쓰다듬으며 술주정을 하였다.

“어쩜,이리 몸이 좋을까.우리 남편은 말이야,돈을 벌어올수록 아랫배가 튀어나와 볼품이 없어.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이야,호호호.내가 말이 좀 심했나,끄으억.” 그녀가 트림을 하자 호스트바에서 먹고 마신 안주와 양주가 한데 삭은 역한 냄새가 입에서 풍겨져 나왔다.도철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슬쩍 돌리며 물었다.

“도대체 남편께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번다는 거요?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계신 모양이죠?”“부동산 투기는 옛말이야.우리 남편은 말이야,지식 투기를 하는 셈이지.”“지식 투기요?”“거 있잖아,논술이다,족집게다 하는 거.그거로 한달에 칠천만원 이상은 벌지.그렇게 벌어대니 바람인들 안 피우겠어.계집이 몇 년이나 되는지 몰라.나,이러는 거,남편 바람 피우고 돌아다닌 것에 비하면 새발에 피야.나,이래봬도 외로운 여자야.나,좀 안아줘.”“그럼 이혼을 하지 그러세요?”“후후후,넌 아직 순진하구나.아유 귀여운 내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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