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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성장률 -5.6% … 수출·소비·투자도 온통 ‘마이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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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온통 마이너스다. 수출·소비·투자 가릴 것 없이 가라앉았다. 그 결과 우리 경제는 지난해 4분기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5.6% 감소했다고 22일 발표했다. 1998년 1분기(-7.8%) 이후 가장 낮다. 전년 동기(2007년 4분기)와 비교하면 3.4%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도 98년 4분기(-6%)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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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것은 예견됐지만 그 폭이 예상외로 컸다. 한 달 전 한은이 전망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1.6%였다. 그래서 이날 발표 내용은 ‘GDP 쇼크’라 할 만하다.

지난해 전체의 GDP 성장률은 2.5%로 집계됐다. 2007년(5%)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다. 교역조건의 변화에 따른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내총소득(GDI)은 전년보다 2.1% 감소했다. 역시 98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1분기 상황도 좋지 않다. 한은 최순신 경제통계국장은 “올 1분기도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며 “올해 성장률도 앞서 전망한 2%를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1년 만에 다시 2만 달러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최 국장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엔 미치지 못하지만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인은 간단하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라 세계 경제가 급속히 침체하면서 수출이 감소한 데다, 일자리가 줄면서 민간 소비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수출은 전 분기보다 11.9%나 감소했다. 수출이 줄자 공장들이 가동을 줄였고,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감소했다. 일자리가 줄면 가계 소득에 영향을 주고 소득이 줄면 소비가 감소한다. 지난해 민간 소비가 전 분기보다 4.8% 감소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소비가 줄면 다시 기업의 실적이 나빠져 고용과 소득에 줄줄이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지속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2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을 3.3%에서 0.7%로 낮췄다. 상당수의 전문가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경기 하락 추세가 올 1, 2분기에도 지속되면 기업의 파산이나 가계 부실, 실업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의 회복이 더디면 수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해결책은 내수 확대다. 내수를 활성화하려면 일자리를 만들어 사람들이 돈을 쓰게 해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새로운 투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설비투자는 전 분기보다 16.1% 감소했다. 향후 성장을 이끌 만한 동력이 꺼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현재 민간에선 새로운 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며 “정부가 재정 지출을 보다 과감하게 늘려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새삼 확인됐다. 한양대 경제학과 하준경 교수는 “모두가 불안하기 때문에 돈을 빌려주지도, 소비와 투자를 하지도 않는다”며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필요한 곳으로 돈이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에 따라 은행이 부실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공적자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대신경제연구소 김윤기 경제조사실장)도 있다.

김원배·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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