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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시? 확정된 것도 아닌데 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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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기업도시요? 그동안 땅값이 많이 올라서인지 기업도시 신청에도 무덤덤하네요."(강원도 원주시 부동산 중개업자)

기업도시 '약발'이 예상 밖으로 약하다. 지난 15일 전국 8곳에서 기업도시 지정 신청을 했지만 해당 지역 부동산시장은 대체로 조용하다. 땅 주인들이 개발 기대감으로 매물을 거둬들였으나 가격 변동은 충남 태안 등 일부 지역을 빼고는 거의 없다. 오히려 일부 지역은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로 거래가 끊겼다.

◆호가 그대로, 거래는 되레 줄어=강원도 원주의 경우 기업도시보다 지난달 말 지정된 토지 투기지역의 영향이 더 크다.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내야 해 세금이 종전보다 2~3배 늘게 되자 매기가 끊겼다. 기업도시 후보지인 호저면.지정면의 관리지역은 평당 30만~50만원을 부르지만 거래는 뜸하다. 원주시 A공인 관계자는 "투기지역 지정 전인 2~3월까지 값이 오르다 최근 멈췄다"며 "양도세 면제 대상인 8년 이상 자경 농민의 땅만 가끔 거래된다"고 말했다.

경남 사천도 기업도시 후보지인 축동면의 관리지역 논이 평당 13만~20만원까지 올랐지만 거래는 거의 없다. 한 중개업자는 "정부에 의견서만 낸 것 아니냐. 기업도시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J프로젝트(서남해안 레저도시 건설) 추진으로 지난해 이후 땅값이 치솟은 전남 영암.해남은 최근 토지거래 허가구역이 확대돼 농지.임야 거래가 위축됐다. 영암의 한 중개업자는 "호가는 유지되고 있으나 거래가 없어 실제 상승세는 꺾였다고 봐야 한다"며 "기업도시 신청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고 전했다.

충북 충주는 중부내륙고속도로 개통과 이류면.주덕읍 일대 첨단과학산업단지 조성 재료로 땅값이 꾸준히 올랐다. 지난 11일 토지 보상이 시작된 첨단과학산업단지 주변의 경우 전답이 10만~15만원, 도로변 농림지역 농지가 평당 5만~10만원 선이다. 그러나 기업도시 신청 이후 오히려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충주시 연수동 연수공인 관계자는 "최근 충주시는 기업도시 예정지 주변 87.14㎢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충북도에 요청한 뒤 거래가 끊겼다"고 말했다.

전남 무안.전북 무주도 마찬가지다. 무안은 무안읍과 청계.망운.운남.현경면 일대가 지난달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뒤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 무주는 기업도시보다 태권도공원 개발에 따라 소천리.두길리 등의 땅값이 뛰었지만 허가구역으로 묶여 거래가 뜸하다. 무주군 읍내리 무진부동산 관계자는 "기업도시 신청 이후 매물은 들어갔지만 규제가 많아 사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경남 하동.전남 광양 일대도 별 변동이 없다. 하동읍 성운부동산 관계자는 "거래가 늘기는커녕 기업도시 신청으로 허가지역이나 투기지역으로 묶일까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광양도 다압면 일대 관리지역 논밭이 10만~20만원을 부르지만 외지인들의 투자 움직임은 아직 없다. 광양시 중동 강남부동산 관계자는 "기업도시 신청이 갑자기 알려져 문의만 조금 늘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충남 태안만 매기가 이어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기업도시 추진 소문이 퍼진 남면 일대는 땅값이 1년 새 두 배 넘게 올랐다. 남면 관리지역 전답은 15만~20만원, 관리지역 농지는 10만원선이다. 하지만 토지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어 거래는 많지 않다. 올 들어 태안의 토지 거래량은 월 평균 8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50건보다 51.5% 감소했다.

◆변수 많아 투자 신중해야=전문가들은 기업도시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진 데다 확정까지 변수가 많아 확정 전까지는 부동산값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은 "기업도시의 성패는 민간 자본의 유입에 있는데, 신청서를 보면 선정 가능성이 희박한 곳도 있다"며 "게다가 거래 제한 등 규제 강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도시 신청 지역 가운데 원주시와 태안군은 토지 투기지역으로, 무안.영암.해남은 상당수 지역이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이미 지정돼 있다. 투기지역에서는 양도세를 낼 때 공시지가가 아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내야 하고, 허가구역에서 땅을 사려면 전 세대원이 6개월 이상 살아야 한다.

성종수.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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