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있는요리>화이트소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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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우유를 많이 먹어야 쑥쑥 큰다는데 우유는 커녕 밥도 잘 안먹는 아이를 둔 엄마들의 고민은 이만저만 아니다.

주부 전희수(田喜琇.33.서울노원구중계2동 상아아파트)씨도 예외는 아니었다.외아들 준호(俊浩.5)는 뭐든 먹기를 싫어했다.게다가 일단 젖을 떼고 난 뒤엔 우유는 입에도 대지 않으려고 했다.

“코코아도 타보고 별 수를 다 써봤지만 우유병에 넣어줘야 조금 먹는 거예요.그래서 만 세살이 넘도록 우유는 젖병에 넣어 겨우 먹였는데 사람들 앞에선 창피해 그나마도 할 수 없었죠.” 그러던 어느날 외국에서 살다온 선배언니를 만나 귀가 번쩍 뜨이는 아이디어를 들었다.우유가 주재료인 화이트소스를 만들어 밥에 얹어주라는 것.만들기도 아주 간단하고 영양소도 거의 파괴되지 않는다고 했다.그날 당장 화이트소스를 만들어 따끈한 밥에 얹어 주었더니 신기하게도 준호는 거의 한그릇을 다 먹었다.우유 뿐만 아니라 밥도 먹일 수 있어 말 그대로 일석이조였다.

“희멀겋게 보이고 어른들 입맛엔 좀 느끼하게 느껴지는데 가끔씩 놀러오는 준호 친구들에게 해줘 보면 다들 좋아하더라고요.”이 화이트소스 덮밥엔 야채샐러드가 제격.방울토마토등과 함께 새콤달콤한 간장소스를 곁들이면 어른들도 산뜻하게 먹을 수 있다고.“겨우 우유는 먹이게 된 셈인데 아직도 같은 유치원 아이들 중에서 몸무게가 제일 적대요.” 걱정스럽게 자기를 바라보는 엄마에게 준호는 걱정말라는 듯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보인다.그러더니 포크로 열무김치를 찍어 한입 베어 문다.“오늘은 웬일이니?”하며 좋아하는 田씨의 모습에서 저절로 행복이 묻어난다. 김정수 기자

화이트소스 만드는 법

▶재료(5인분)=우유 1천㏄,버터 80,새우 1백,게맛살 90,밀가루 5큰술,소금.흰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①새우는 껍질을 벗겨 깨끗이 손질한 후 살짝 데쳐놓는다.②새우와 게맛살을 잘게 다져놓는다.③냄비에 버터를 넣고 중불로 완전히 녹인 후 밀가루를 넣고 잘 저어 섞는다.④완전히 섞인 ③에 우유를 넣고 불을 조금 세게 해서 끓을 때까지 계속 젓는다.⑤1~2분간 더 끓인 후 ②를 넣고,다시 끓으면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사진설명>

화이트소스 덮밥이 차려진 식탁에 마주한 전희수씨와 외아들 준호.田씨는 뭐든 잘 먹지 않고 까다로운 준호의 밥투정을 고쳐 놓은 것이 마냥 흐뭇하단다. 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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