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투자>가평 전통식당 '옹기종기' 송만갑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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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요즘같은 고용불안 시대에 직장인이 갖는 가장 큰 희망은 아마'자립'이 아닐까.그러나 아무 계획없이 갑자기 월급쟁이 생활을 걷어치우고 내 사업을 갖는다는 것은 그리 쉽지않다.

경기도가평군외서면삼회리에서 전통식당'옹기종기'(0356-85-7890)를 차린 송만갑(宋晩甲.50)씨.노후에 대비해 직장생활 틈틈이 부동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금계획을 세워 전원투자에 성공한 사람이다.

현대알루미늄 울산 언양공장에서 샐러리맨 생활을 하던 宋씨는 직장을 곧 그만둬야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던 80년대 후반부터 자립의 길을 찾았다.마침 가평군에서 고시원을 하던 조카의 권유로 인근에 1백20평짜리 대지를 평당 8만원에 사둔게 인연이 됐다.

북한강을 끼고 있어 개발여지가 많다고 직감한 宋씨는 92년 3월 이 땅을 팔고 융자까지 얻어 인근 삼회리의 준농림지 4백평을 평당 35만원에 샀다.

93년 3월 퇴직하면서 퇴직금과 울산의 아파트까지 팔아 잔금을 치렀다.그리고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들어갔다.업종.건물형태.자재.건축방법등을 정하고 영업 개시점을 잡는데 3년이 걸렸다.

점점 옛정취를 그리워하는 분위기를 간파하고 업종을 전통식당으로 하되 건물골조는 나무로 정했다.그것도 본인이 직접 설계를 하고 자재를 조달하는가 하면 인부도 끌어대는 직영방식으로 공사를 벌였다.

직장생활중 현장에서 익힌 기술이 건축에 많은 도움이 됐다.

96년 3월 공사에 들어가 완공하는데 8개월이 걸렸다.유난히 시멘트가 부족했던데다 장마도 의외로 길었고,직영공사를 하다보니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는 토속적 분위기를 지향해 내부에 한지(韓紙)를 바르고 나무탁자로 꾸몄다.지붕에는 깨진 옹기조각들을 붙여 한국적인 냄새가 물씬 배어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들인 건축비가 인테리어비와 잡비를 포함해 평당 2백20만원 정도.건평이 55평이므로 1억2천1백만원이 들어간 셈이다.

주변에서는 적어도 3백만원은 들여야 가능한 공사라며 宋씨의 의지에 놀란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성탄절 직전에 문을 열었다.찌개.비빔밥.순두부등 비싸지 않은 한식에다 대추차.녹차.영지차등 전통차를 중심으로 메뉴를 정했다.술도 전통주를 중심으로 마련했다.

부인이 차끓이는 방법등을 배워 주방일을 보고,宋씨는 음식재료를 사들이고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등 역할을 분담했다.

홀 내부에는 항상 전통향기가 흐르도록 배려하고 화장실에까지도 흙냄새가 나는 향을 썼다.집이 특색있고 내부에서 북한강을 바라보며 은은한 국산차를 마실 수 있어 젊은 데이트족들이 많이 찾는단다.

매출액은 하루평균 45만원선.이중 60%정도가 순이익이다.

宋씨 자신은 대학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1남2녀의 자녀들과 함께 인근에 전세를 얻어 이사를 왔다.노후대책으로 수입도 적지않게 올리면서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어 삶이 즐겁다고 말한다.

구입당시보다 땅값도 올라 지금은 평당 1백50만원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宋씨의 추정이다.은행융자금중 3천만원 정도의 빚이 남아있지만 올해내로 모두 갚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또 아직 개발하지 않은 강변쪽 2백여평에는 노천카페를 만들어 영업장을 늘릴 꿈도 갖고 있다. 황성근 기자

<사진설명>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던 송만갑씨가 꼼꼼한 투자계획을 세워 노후대책용으로 마련한 전통식당'옹기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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