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선한총련>下. 학생운동의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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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순수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한총련식의 극렬한 시위양태는 학생운동이 아니라 범죄행위입니다.대학생들은 국민이'체제전환(전복)'이 아닌'체제개혁.개선'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86년 격동기에 대학을 다니며 시위로 학창시절을 보내다 제적된 뒤 지난해 복학,30대에 다시 학문의 열정을 불태우는 어느 운동권 학생이 한총련에 던지는 충고다.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난무하고 아까운 젊음이 희생되는 한총련식의 불법.탈법시위에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학생운동 본연의 순수성과 이상이 숨쉬는 비폭력주의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세대 총학생회 민원홍보국장 丁모세(24.신학4)씨는“기존 학생운동권의 지상목표가'혁명적 투사'를 길러내는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학생운동은'참여시민'을 길러내는데 전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경남지역총학생회협의회도 6일 성명을 통해“친북성향의 한총련은 즉각 해체하라.학생운동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학생운동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연세대사태를 정점으로 학생운동의 비폭력 움직임과 함께 폭력시위를 앞세운 한총련을 대체할 새로운 학생운동이 모색되고 있다.

연세대등 전국 40여개 대학이 한총련 탈퇴를 선언하거나 분담금 납부를 거부했고,지난달에는 경남창원에서 연세대등 전국 28개 대학 학생대표들이 모여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또 서울대.전북대등 10여개 대학도'21세기 학생연대'를 구성해 새로운 형태의 학생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 학생회의 한 간부는“이미 한국 사회는 폭력시위등으로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앞으로는 사이버(cyber)공간까지 이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운동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학생들의 자정노력과 함께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하다.서울대 손봉호(孫鳳鎬)교수는“학생들의 현실참여와 비판정신은 필요하다.다만 자신들의 주장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체코의 학생운동 지도자 세드라체크(29)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모든 학생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비폭력저항으로 스탈린주의에 대항했다.우리는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며 해결책은 국민이 마련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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