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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옥정의 아버지는 매스컴의 추적 결과 서울 변두리의 모 여중학교 교장을 하다가 불미스러운 일로 면직을 당한 자로 밝혀졌다.불미스러운 일이란 말썽을 피우는 여중학생들을 교장실로 불러 체벌을 가한다는 핑계로 일종의 성추행을 저지른 것이었다.그 사실을 안 학부모들의 항의가 있자 교육감의 특별지시로 조사가 이루어지고,결국 사실 여부를 떠나서 물의를 빚은 데 대하여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말을 남기고 옥정 아버지는 사직을 한 것이었다.말이 사직이지 실제 내용은 면직이었다.

매스컴에서는 그런 전력을 가진 옥정 아버지가 고아원에서 데려와 입양한 양녀인 옥정을 성적으로 학대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고,니키 마우마우단이 그 사실을 확인하고 옥정 아버지를 처단한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론하기도 하였다.그러면서 우풍이 경찰과 검찰에서 충격적으로 진술한 대목을 인용하기도 하였다.

“삼풍 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내려앉고 지하철 공사장이 붕괴되고 하는 것은 부모가 자식을 잡아먹는 행위와 다름없고 아버지가 딸을 강간하는 범죄와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비록 양녀이긴 하지만 딸을 범한 아버지를 처단하여 그 시체를 지하철 공사장 붕괴사건 사망자로 위장한 것은 그래서 이 시대에 상징적인 시위 행위가 되는 것입니다.그리고 그런 부실공사들은 대통령과 국회의원,공무원들이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먹은 결과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그런 대통령과 국회의원,공무원들은 바로 자식을 잡아먹은 부모요,딸을 강간한 아버지들입니다.” 궤변에 가까운 우풍의 진술이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도 하였는데,그만큼 가정과 사회가 총체적인 부실현상을 드러내고 있다는 증거였다.

우풍의 아버지 이태수는 우풍이 9월30일 12시경에 어디에 있었는가 알리바이를 입증하려고 계속 노력하였으나,우풍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그 날 그 시각에 어디에 있었는지 정확하게 떠올릴 수가 없었다.비트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으려 시내를 돌아다닌 것 같기도 하고,우풍의 짝이 된 로즈 버드단원인 자와 폐허 마을 빈집에서 노닥거린 것 같기도 하고…. 비트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거나 시내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거나 했다면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고,자와 노닥거리고 있었다면 자가 증인이 되어줄 수도 있지만 로즈 버드단원이 니키 마우마우단의 범죄에 공범으로 연루된 것은 아닌가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라 자의 증언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결국 우풍의 아버지 이태수는 권위있는 최면술사로 하여금 검찰의 입회하에 우풍에게 최면을 걸게 하여 9월30일 12시경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알아내 보면 어떤가 하고 변호사에게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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