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 법학자 캐서린 매키넌 著 '포르노에 도전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포르노는 법적으로 보호받아야할 표현이다.말도 안된다는 소리가 단박에 튀어나올 법하다.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무엇보다 중히 여기는 영국과 미국에서는 어쨌거나 옳은 말이다.

미시간대 법학교수인 캐서린 매키넌이 이런 현행법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저서'포르노에 도전한다'(개마고원刊)를 통해 현대사회에 범람하고 있는 온갖 음란물과 여성에게 행해지는 성적 괴롭힘을 새로운 법적 잣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종교.언론.집회.청원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내용을 이유로 표현 수단을 규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매키넌은 포르노 방치가 결코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보루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매키넌의 주장은 그러나 연방고등법원에서 위헌으로 판정났다.매키넌의 법해석 논리를 받아들여 인디애나폴리스시가 여성을 비하하는 음란물을 배포한 포르노업자를 고소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국가는 남성과 여성,인종간에 행해지는 차별행위를 규제할 수 있지만 표현의 자유까지 제약해가며 평등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여지껏 포르노에 대한 법적 규제는 포르노 업자들과 소비자들의'표현의 자유'문제로 국한됐다.정부가 성에 관한 사상을 표현한'작품'을 검열하는 것이 출판사의'표현의 권리',독자들의'읽고 생각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대에 부닥쳤다.

포르노가 비윤리적.반도덕적 표현을 담고 있지만 사상을 전달하는 매개수단으로써 핍박받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그러나 저자는 수정헌법이 보장하는 포르노의 사상이라는 것이 사실 알고 보면 위계질서속의 남성권위와 남성의 여성 소유 사상이 고작이라고 주장한다.게다가 이는'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수정헌법 제14조를 무시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매키넌의 입장은 종래 포르노에 대해 갖고 있던 일반적 인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이제는 포르노를 여성차별과 여성학대의 근원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차츰 자리잡게 됐다.

캐나다 대법원은 매키넌의 논리를 받아들여 외설규제법이 표현의 자유를 저해한다고 주장한 포르노전문점 주인의 주장을 일축했다.국가를 비롯한 권위적인 집단이 고정된 성표현을 강요하면 문제지만 여성비하의 내용을 담은 포르노가 불평등 사상을 유포시킬 위험이 있다면 금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수현 기자

<사진설명>

포르노가 쏟아진다.포르노가 지닌 문제는 내용의 비윤리성 뿐만 아니라 여성의 비하와 상품화를 조장하는데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