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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폭력행사는 이제 그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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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총련이 또다시 문제를 일으켰다.온 국민이 지긋지긋해 하는 최루탄과 화염병이 거리에 다시 등장하고 여러사람이 다쳤으며 마침내 전경 한 사람이 희생당하고 청년 한 사람이 학생들의 구타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지난해 연세대사건으로 이런 부질없는 파괴와 희생은 끝난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반복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학생운동 變身해야 존속 우리의 시위문화는 이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과거 나라가 외적의 손에 넘어가고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독재자들이 짓밟았을 때 학생들의 항거시위는 정당했고,폭력행사까지도 어느 정도 국민의 인정을 받았다.그들이 대항해 싸운 세력은 도덕적 정당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갖추지 못했고,이에 항거하는 학생들은 자유와 인권의 영웅들이었다.지금도 그들이 온 국민의 기림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현 정부가 아무리 부패했더라도 국민의 합의에 의해 제정된 헌법에 따라 국민이 자유롭게 뽑은 정부고,따라서 형식적 정통성과 법적 권위를 가지고 있다.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언론의 자유도 있고 자신들의 불만과 의사를 토로하기 위한 시위의 자유도 상당한 정도로 보장돼 있다.학생들의 폭력시위라야 시민들의 불만과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만큼 그렇게 절박한 상황은 아니다.이제는 잘못된 법도 법에 따라 고치고,공권력의 불법적인 폭행도 법에 따라 견제되고 처벌돼야 한다.법을 무시하고 공권력에 폭력으로 대항하는 것은 곧 그 법을 만든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의 뜻에 도전하는 행위다.

경찰이 폭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폭력으로 대항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민주국가는 법치국가며 법치국가에서는 공권력만이 합법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공권력 남용은 법에 따라 처벌할 뿐 아무도 폭력으로 대항해서는 안된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누구든지 폭력을 행사한다면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어떻게 보장될 수 있겠는가. 정부와 공권력의 잘못에 합법적으로 항거할 길이 완전히 막힌 극단적 상황에서만 폭력을 쓸 수 있고,그것도 반드시 객관적 정당성이 있어야 하고 사후에라도 다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그런 명분과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한총련의 이번 폭력행사는 국민과 역사의 호된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옳은 주장이라도 국민 다수가 동의해야 효과가 있고,그 표현방법이 국민의 정서에 거슬리면 역효과만 날 뿐이다.한총련은 앞으로 국민을 설득시킬만큼 합리적인 주장을 제시하고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그것을 표현할 수 있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그런 변신 없이는 한총련은 앞으로 존속하기 힘들 것이다.

한총련 집회의 원천봉쇄가 경찰의 가장 적절한 대응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경찰도 이제는 학생시위에 대해 좀더 유연하고 여유있게 대응함으로써 학생들에게 폭력행사의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물리적 힘이 아니라 시민들 여론의 힘이 폭력시위를 불가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불필요한 낭비와 희생을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공권력도 도덕적 권위를 그리고 공권력이 도전받지 않을 수 있어야 그 소임을 감당할 수 있다.정치세력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성을 유지하고 엄격하고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며 자체 내에 도덕적 흠이 없을 때 아무도 그 권위에 도전하지 못할 것이다.폭력시위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정부와 공권력이 도덕적 권위를 갖추는 것이다.도덕적 권위와 정당성이 없으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고 국민의 지지 없이는 학생도,경찰도 무력할 수밖에 없다.

孫鳳鎬서울대교수사회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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