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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손 묶고 9시간 자백 강요 - 한총련 시민 폭행치사 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한양대 학생회관내에서 경찰 프락치로 오인돼 한총련 소속 학생들로부터 온몸을 구타당해 숨진 이석(李石.23)씨는 시위대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경위=李씨가 한총련 대학생들에게 붙잡힌 것은 3일 오후5시쯤.총학생회 사무실 주변을 배회하던 李씨는 총학생회 간부들에게 발견됐다.

李씨는 곧바로 학생회관 5층 교지자료실로 끌려갔고 의자에 앉혀져 스카프로 두손을 결박당했다.

학생들은“경찰 프락치가 아니냐.빨리 자백하라”고 다그쳤으나 李씨는“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아무것도 모른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李씨를 경찰 프락치로 단정한 학생들은 진술서 작성을 강요했고 李씨가 진술서를 작성하다 오후6시쯤 테이블 맞은 편에 앉아있던 학생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르며 반항했다.이 과정에서 밖에 있던 학생들이 몰려들어 李씨를 집단 구타했다.

李씨는 다시 두손을 묶인채 학생 2명으로부터 자백을 강요받으며 9시간동안 조사받다 4일 오전2시쯤 잠들었다.

그러던중 이날 오전9시쯤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응급처치를 시도하다 한양대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이송=李씨를 병원에 옮긴 金모군은“오전9시쯤 연락을 받고 학생회관 5층 교지자료실에 들어가보니 李씨가 청바지와 남방차림으로 누워있었다”고 말했다. 金군은“남학생 2명이 인공호흡을 실시했으나 호흡과 맥박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체온이 뚝 떨어진 상태여서 이불을 덮어주려고 청바지를 벗겨보니 허벅지 양쪽에 온통 멍이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金군등은 오전9시15분쯤 한양대병원 응급실에 구급차를 요청했으나 도착이 늦어지자 지나던 엘란트라 승용차에 李씨를 태워 병원으로 옮겼다.

◇사건현장=학생회관 5층의 교지자료실은 한총련과 한양대총학생회가 회의실및 자료보관실로 사용해오던 방으로 총학생회장실.한양대 신문사등이 같은 층에 있다.

학생회관은 지난달 30일부터 3일간 열릴 예정이었던 한총련 출범식 준비 관계로 28일부터 외부인들의 출입이 통제됐다.

◇프락치 여부=한총련측은 4일 기자회견에서“李씨가 작성한 진술서로 보아 틀림없는 기관 정보원”이라고 주장했다.

한총련의 이준구(李准求)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제시한 종이쪽지에는'조민태 기계제조(대전기계사) 연대데모 주동자 조사,기자출입증(MBC.SBS),사진기만 가지고 다님.민대유(21)핸드폰 경찰에 연락해서 경찰에 병력…'이라는 글씨와 함께 12명의 이름과 특징등이 적혀 있다.그러나 李씨의 아버지 이병욱(李丙郁.52.공무원)씨는“아들이 지난달말께 전화로 한총련 출범식에 데모하러 간다고 말했다”며 한총련의 프락치 주장을 부인했다. 고정애.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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