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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재개발 참사] 충격 휩싸인 정치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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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오후 용산구민회관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철저한 진상 규명이다. 그 바탕 위에 책임소재를 가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윤석 제1정조위원장은 “(시위대의 행동은) 염산과 시너를 동원한 도심 테러나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에선 화재 발생의 책임이 시위대 쪽에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경찰에 책임을 묻긴 힘든 것 아니냐는 기류가 우세하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왼쪽 사진)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0일 서울 용산 철거민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안성식·김상선 기자]


그러나 동요하는 민심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에서 “진상 규명은 사법적 책임을 물을 때 나오는 얘기지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경우엔 진상규명 이전이라도 조속히 책임자를 문책해 민심을 수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는 서울경찰청장 관할 아니냐. (김석기 청장을) 계속 두면 이봉화 전 복지부 차관처럼 된다”며 사실상 김 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공권력에 의한 미필적 고의의 살인이라고밖에 규정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세균 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용산 참극은 ‘이명박식 공안통치’가 빚어낸 일대 참극”이라며 “행정안전부 장관부터 경찰청장에 이르기까지 정권 차원에 대한 확실하고 철저한 책임 추궁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대표는 신년인사를 위해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하려던 일정도 미루고 참사 현장을 찾았다. 그는 “어제 철거민들이 들어왔는데 하루 만에 경찰이 진압한 것을 보면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의 강경진압이 이런 상황을 불러 왔다”고 비판했다. 당 진상조사위원장인 김종률 의원은 현장 조사 후 “용산경찰서장이 오늘 새벽 특공대 투입을 김 청장에게 요청하고 김 청장이 투입 결정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김 청장 후보자의 책임을 거론했다. 민주당은 21일 국회 행안위에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출석시켜 강도 높게 책임을 추궁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다음 달 초에 열릴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도 사고현장을 찾았다. 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진상조사단을 꾸려 유관부처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소재를 규명하고, 재개발사업에 대한 종합적 점검과 보완대책도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당 강기갑 대표는 사고현장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서야 하며, 대국민 사과와 함께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등을 당장 문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정하·선승혜 기자 , 사진=안성식·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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