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래픽] 부활의 날개 다는 재래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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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시장 내부 모습. 폭3m의 통로를 확보해 쇼핑 환경이 쾌적하였다.

 시장이라는 말에는 늘 ‘재래’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국어사전에도 ‘재래시장’이란 단어가 올라 있다. ‘예전부터 있어 오던 시장을 백화점·할인점 등 물건 판매 장소와 구분해 이르는 말’. 경쟁에서 밀려난 구식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재래시장이 부활을 꿈꾸고 있다. 불황이라지만 시장 사람들은 강했다. 그들이 바꿔 놓은 시장은 더 이상 구식이 아니었다.

가게 새 단장, 친절 교육, 각종 이벤트 … 매출 쑥쑥 늘어

때가 낀 천막, 생선 냄새가 진동하고 이리저리 깨어진 콘크리트 바닥, 불편한 교통과 불친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래시장’ 하면 떠오르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상인들이 발 벗고 환경을 개혁해 불황 한파와 당당히 맞서고 있다.

의정부 제일시장은 시장 개혁의 표준모델이다. 우수시장박람회에서 대상을 받은 곳이다. 제일시장은 주변에 대형 할인마트가 하나 둘씩 들어서면서 활력을 잃었다. 위기감을 느낀 상인들은 시장 환경을 바꾸기로 했다. 700여 명이 꼬깃꼬깃한 돈을 내놨다. 이들이 나서자 의정부시와 국가도 지원금을 보탰다. 제일시장은 2002년부터 지금까지 70여억원을 들여 시장 구석구석을 바꿔 놓았다.

상인들은 먼저 지붕(아케이드)을 설치했다. 바닥을 모두 걷어 낸 뒤 하수관을 묻고 적색 아스콘을 깔았다. 그만큼 쇼핑 환경이 쾌적해졌다. 가게 간판은 품목에 따라 다른 색깔로 구분했다. 할인쿠폰제를 시행하고 상품권까지 발행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해외 배달 서비스 체제를 갖췄다. 유명 강사를 초빙해 마케팅과 친절 서비스 교육도 했다. 백화점처럼 세일·경품 행사도 한다. 이 기간 동안 중앙광장에 마련한 공연장에서 비보이·벨리댄스·난타·관현악 공연 이벤트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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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환경을 바꾸자 가게마다 매출이 늘었다. 김진권 시장번영회장은 “시장 개혁 후 매출이 30~40%씩 올랐다”고 말했다. 개혁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올해 안에 엘리베이터 2기를 설치하고 주차장도 더 늘릴 예정이다.

재래시장 개혁 바람은 전국을 휩쓸고 있다. 어떤 곳은 인터넷 판매를 하고 콜센터도 운영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이번 설 장보기는 싸고 인심이 넘치는 ‘현대 시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민동기·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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