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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가치는 상상력 자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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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상상력의 대가’로 꼽히는 그림책 작가 데이비드 위즈너(53·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21일부터 3월 1일까지 서울 신문로 2가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제1회 CJ 그림책 축제’의 초청작가로 방한한 것이다. 행사 기간 중 성곡미술관에서는 위즈너의 그림책 원화 50점이 전시되며, 그의 작품 『구름공항』『자유낙하』 등을 모티브로 한 설치미술과 오케스트라 연주도 선보인다.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위즈너는 “내 그림책 일곱 권의 원화를 모두 전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면서 “한국에서 이런 대규모 전시회를 열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일곱 권’은 그동안 그가 출간한 그림책의 전부다. 미국도서관협회가 한 해 가장 우수한 그림책에 주는 ‘칼데콧 상’을 3회나 받은 그의 화려한 경력에 비하면 놀랄 만큼 적은 권수다. 그만큼 그는 ‘다작’과 거리가 먼 ‘과작’의 작가다. 1978년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학교를 졸업한 이후 첫 그림책 『자유낙하』를 내놓기까지 무려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위즈너는 그림책의 가치를 “상상력 자극”에 뒀다. 그가 주로 글 없는 그림책을 만드는 이유다. “글 없는 그림책은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저자의 목소리가 아닌 자기 자신의 목소리와 생각으로 책을 읽을 수 있게 한다”면서 “한 권의 책이 독자에 따라 수많은 버전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보면서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에서 그는 그림책을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 다른 예술 장르로 활용하는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평면 그림을 구체화시킨 장치들이 도리어 상상력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위즈너의 그림책 『1999년 6월 29일』 안에 들어 있는 하늘을 나는 양배추 그림. [CJ문화재단 제공]


그의 소신대로 그의 작품은 무한한 상상력의 무대다. 개구리와 야채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구름이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장기 말들이 살아있는 사람으로 변한다. 몽환적인 그림 분위기도 독특하다.

위즈너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작가다. 고교동창으로 만나 83년 결혼한 그의 아내는 한국계 미국인. 50년대 미국으로 이민간 가정의 2세다.『이상한 화요일』『아기 돼지 세 마리』 등 그의 그림책은 모두 한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그는 한국 그림책 작가들이 “아름답고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세계를 갖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상업주의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열정이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지영 기자

◆CJ 그림책 축제=CJ문화재단이 그림책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한 행사. 전세계 그림책 작가를 대상으로 작품을 공모해 ‘CJ그림책상’을 시상하며, 1차 심사 통과작 등 원화 150여점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회도 연다. 첫 해인 올해 ‘CJ그림책상’ 공모에는 46개국에서 총 1426점이 응모했다. 신간 그림책 부문 수상작으로 고경숙 작가의 『위대한 뭉치』(재미마주) 등 다섯 작품이,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에서는 야니 킴(미국)의 ‘더 덩키 걸(The Donkey girl)’ 등 다섯 작품이 뽑혔다. 성곡미술관 02-737-76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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