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현실>수출입 통관절차 당겼다 늦췄다하면 무역수지 들쭉날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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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경을 넘나드는 무역거래가 구멍가게에서 물건 사듯 이뤄질리 없다.돈의 출입을 확실히 셈할 수 없다는 얘기다.물건의 이동거리나 시간이 길고 결제조건이 다양하기 때문에 실제 수출입 거래가 마무리된 시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수출입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이에따라 수출입 통계는 물건이 세관을 거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통관기준과 물건의 소유권이 상대방에게 넘어가는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 국제수지기준의 두가지로 나뉜다.

통관기준은 세관을 경계로 물건이 들어오면 수입,나가면 수출로 잡는다.실제 돈이 들어오고 나가거나 물건이 소유주에게 완전히 넘겨졌는지 여부와는 관계없다.국제수지기준은 통관절차가 끝난 이후 소유권이 거래 상대방에게 완전히 넘어가면 그때서야 물건가격을 수출입 통계에 올린다.이 때문에 특정시점의 두가지 수출입 통계는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또 통계로 잡는 가격도 서로 조금 다르다.국제수지기준 수출입 통계는 모두 본선인도가격(FOB)을 잡는다.이에 비해 통관기준 통계는 수출은 FOB가격을,수입은 운임보험료포함가격(CIF)을 잡는다.따라서 국제수지기준 수입액은 통관기준 수입액보다 운임과 보험료만큼 적다.

반면 수출은 수출대금 결제방법,시점등에 따라 국제수지기준이 통관기준보다 커지거나 적어질 수 있다.

예컨대 대형선박의 경우 수입 장비를 많이 설치해야 하는데 이를 수입한뒤 배를 완성해 다시 수출하기가 번거로워 선체만 만들면 일단 통관절차를 밟는 경우가 많다.이때 배값은 한꺼번에 통관기준 수출에 얹혀진다.그러나 배는 그대로 조선소에 남아있고 배값은 받지도 못한 상태다.국제수지기준이라면 배가 선주에게 인도되는 시점에 배값이 수출에 반영된다.이처럼 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특정시점의 수출규모가 달라지는 것이다.이를 보여주듯 96년 1분기의 수출은 통관.국제수지기준 모두 3백15억달러로 똑같았지만 2분기에는 통관기준이 7억달러 많았고 3분기에는 거꾸로 국제수지기준이 1억달러 많았다.이같은 특성 때문에 통관기준 수출통계는 의도에 따라 약간의 조작이 가능하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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