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부담하는 준조세 해마다 액수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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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내 기업들이 부담하는 각종 준조세는 규모 자체도 문제려니와 부담하는 액수가 해마다 크게 늘어나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게 문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4월'기업준조세 실태조사'결과발표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올해 정부에 내야 할 부담금만 4조9천3백24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94년 이후 연평균 85.1%씩 늘어나는등 최근들어 준조세 부담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게 재계의 분석이다.80년대까지만해도 행정관청이 부과하는 준조세 명목의 부담금은 2종에 불과했다.그러나 지금은 부담금.분담금.예치금.부과금.이행강제금.공과금등으로 가지를 쳐 무려 51종으로 늘어났다는 지적이다.불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이처럼 막대한 준조세 부담은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불만이다.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관청의 행정편의주의에 입각한 손쉬운 재원조달 방편으로 부담금이 증가하면서 기업들에 과도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 부담금 말고도 지방자치단체들이 부과하는 부담금과 지자체들이 각종 행사를 경쟁적으로 개최하며 기업에 요청하는'거절하기 어려운'협찬 요청까지 합치면 기업의 준조세적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정부나 지자체가 각종 공공시설 건립비용등을'반강제적으로'떠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최근 중소기업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95년 한햇동안 중소기업이 낸 각종 준조세는 업체당 평균 6천1백78만원으로 93년보다 10.4%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이를 중소기업의 경영실적(95년)과 비교하면▶평균 매출액의 0.77%▶평균 당기순이익의 21.9%▶평균 세금납부액의 19.6%에 이른다.벌어서 준조세 내기에 바쁘다보니 연구개발등 앞날을 위한 투자여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때문에 중소기업들은“기업이 꼭 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이렇게 많은 준조세를 내다보면 도대체 왜 기업을 경영하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미 재계는 준조세를 줄여달라는 요청을 그동안 적지 않게 했다.그러나 기업부담이 되레 늘어나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되자 올 4월 전경련은 자체내 규제개혁위원회 이름으로 정부당국의 단호한 대처를 촉구하고 나섰다.준조세를 합리적으로 정비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부담금관리기본법'을 제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기업들은 부담금관리기본법 제정을 통해▶부과목적이 달성된 부담금 폐지▶유사목적의 부담금 단일화▶지나치게 높은 부과율 현실화▶행정기관의 자의적 부과 금지등을 명문화해 기업부담을 대폭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유규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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