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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 뒷얘기] 극비 보안에 청와대 사람들도 “오늘 개각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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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일 발표된 이명박 정부의 두 번째 개각은 많은 뒷얘기를 남겼다. 시기와 폭 모두 당초 예상을 뒤엎고 전격적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개각을 통해 들고 난 인사들의 면면을 놓고도 풍성한 화제가 쏟아졌다.

◆극소수 참모들과 개각 논의=이날 개각에 대해선 일부 조간 신문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여권 관계자들조차 “오늘 개각이 맞느냐”고 오전까지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출입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역(逆) 취재’를 하는 청와대 관계자도 속출했다. 이번 개각이 이처럼 ‘깜짝 인사’가 된 것은 준비가 극비리에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정정길 대통령실장, 김명식 인사비서관 등 극소수의 참모만을 불러 개각 작업을 해 왔다는 게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개각 발표를 몇 시간 앞둔 이날 오전에도 집무실로 두 사람을 불러 명단을 최종 점검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개각의 기초 자료로 활용한 것은 민정수석실이 만든 인사파일이었다. 민정라인이 지난 1년간 만든 파일엔 각계 인사 4000여 명의 인물 정보가 담겨 있다.

◆‘왕장관’ 다음 자리는?=‘왕장관’으로 불려온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음에 어떤 자리를 맡을지가 초미의 관심이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강 장관의 다음 자리를 정해 놓고 (후임을) 결정한 게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강 장관 재기용설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강만수의 힘’은 이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나온다. 20년 넘게 같은 소망교회를 다니며 인연을 쌓은 두 사람은 이명박 서울시장과 강만수 시정개발연구원장으로 다시 호흡을 맞췄다. 이러다 보니 여권 내부에서는 “강 장관이 차기 무역협회장이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에 유력하다”는 구체적인 전망까지 나돌고 있다.

◆한때 ‘대통령실 부실장’ 신설도 검토=이번 개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청와대 경제수석에 내정된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다. 전임자인 박병원 수석이 돌연 교체된 것도 그렇지만 장관을 지낸 윤 내정자가 차관급인 수석직을 수락한 것도 이례적이다. 게다가 당초 개각과는 별도로 실시될 것으로 예상됐던 청와대 개편이 한꺼번에 발표된 데 대해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이와 관련,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여권 관계자는 “윤 전 장관의 ‘강등’을 피하고 청와대도 경제 살리기를 위해 개편한다는 의미에서 경제수석을 대통령실 부실장으로 격상하는 방안이 검토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부실장제가 결국 ‘옥상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제도 도입 계획을 백지화했다고 한다.

◆막판까지 유력 검토된 파주시장=당초 이날 개각에서는 국가정보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의 후임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류화선 파주시장이 거론됐다. 류 시장은 지난해 3월 한 대학이 파주캠퍼스 설립을 위해 낸 사업계획을 6시간 만에 파격적으로 승인해줬다. 이 때문에 행정 개혁의 대표주자로 꼽히면서 올 초 청와대에서 열린 시·도지사 정책설명회에서 모범사례 발표자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개각 명단에는 류 시장의 이름뿐 아니라 행안부 장관이라는 항목 자체가 빠져 있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류 시장이 고사했다” “검증에서 문제가 생겼다더라” 등의 소문이 흘러나왔다.

이동관 대변인은 “곧 신임 국세청장과 함께 발표하겠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가 행안부 장관과 국세청장 인선에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청와대 일각에선 이날 “그간 차기 국세청장으로 유력시됐던 후보가 인사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원점에서 후보를 찾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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