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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나비 나는 매장, 몽땅 빨간 호프집…레드오션 안에 블루오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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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불황으로 자영업 매출이 줄고 있다. 장사가 안 돼 폐업하는 곳도 속출한다. 하지만 기존 업종을 그대로 하면서 색다른 변화를 줘 위기를 돌파하는 이들이 있다. 인테리어를 독특하게 바꾸거나 제품을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개발하고, 이색 서비스를 선보여 고객의 발길을 잡는 식이다.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을 발굴해 내는 것이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불황일수록 낯선 업종보다 익숙한 사업에 튀는 마케팅을 가미해 매출을 늘리는 시도를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인테리어에도 아이디어를 접목하라=서울 여의도에서 4년째 248m²규모의 호프레스토랑(미스터준 여의도점·www.chjiwon.com)을 운영하는 이명수(52·일러스트 속 사진左)씨. 밴드의 보컬 출신인 그는 1987년 노래를 배우러 일본으로 갔다. 그러다 민속주점·세탁소·구이전문점·노래방을 운영해 돈을 벌었다. 14년 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지금의 점포를 냈다. 점심에는 12가지 메뉴를 4500원에 즐길 수 있는 한식 뷔페로, 저녁에는 맥주전문점으로 운영했다.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더 나은 인상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그는 매장을 생태관으로 꾸미기로 했다. 가운데에 높이 2m, 지름 90㎝의 타원형 관을 만들고 꽃과 함께 나비를 풀어놨다. 요즘은 날씨가 추워 꽃만 있지만, 봄이 되면 나비축제로 유명한 전남 함평에서 색색의 나비를 실어와 선보일 예정이다. 테이블도 물방개·거북이·햄스터 등 각종 동물과 곤충이 살도록 꾸몄다. 손님들은 유리로 제작된 ‘생태 테이블’에 앉아 관찰할 수 있다. 그는 “서로 해를 끼치는 동물을 한 곳에 키우다가 뒤늦게 따로 공간을 마련했고, 배설물과 냄새를 제거하는 장치를 만드는 등 연구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가 바뀌자 여성 고객의 반응이 뜨거웠다. 입소문이 나면서 집에서 특정 동물이나 곤충을 키우며 동호회 활동을 하는 이들이 회식 자리로 이곳을 예약하기도 한다. 생태관을 꾸미는 데 1500만원이 들었는데, 손님이 20%가량 늘었다고 한다. 이씨는 “고객과 좀 더 끈끈한 관계를 맺고 싶어 생태체험관을 만들었는데, 작은 변화로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권해준(48·사진右)씨는 서울 압구정동에서 99m² 규모의 지하 맥주전문점을 6년간 운영해 왔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매장 환경 때문에 들어왔던 손님도 다시 돌아나가더라고요. 매출이 낮은 상태에서 추가로 돈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변화를 줘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말 1000만원을 들여 스포츠 테마 레스펍(스포츠&비어)으로 리모델링을 했다. 바뀐 매장은 사커존, 베이스볼존, 바스켓볼존, 복싱존 등 테마별로 나뉘고 유니폼 등으로 장식해 스포츠 분위기가 물씬 난다. 스포츠 중계를 고객이 선택해 볼 수 있도록 42인치 TV를 세 대로 늘렸다. 응원 도구와 유행하는 게임기도 몇 대 비치했다. 그는 “예전엔 30~40대 남성이 주 고객층이었는데, 지금은 20대 초반까지 확대됐고 매출도 늘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제품 개발로 활로 뚫어=신축 아파트단지에서 페인트·벽지를 이용한 마감재 사업을 하던 우경현(52)씨는 열심히 영업해도 고객 확보가 어려웠다고 한다. 비슷한 재료를 쓰는 업자 간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다. 그는 아토피 등으로 환경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크다는 데에 착안해 천연 마감재 개발에 뛰어들었다. 낮에는 기존 사업을 하고, 밤에는 천연광물을 갈아 마감재를 만드는 연구에 매달렸다. 이후 천연 접착제와 백토·규조토를 혼합해 유해 요소를 없앤 마감재를 개발했다. 아파트 단지를 돌며 천연 소재라는 점을 홍보한 결과 매출이 세 배가량 뛰었다.

인상적인 서비스로 차별화를 노린 곳도 있다. 서울 풍납동에서 치어스 호프레스토랑을 하는 임종헌(43)씨는 색깔을 활용해 본인을 캐릭터화했다. 그는 셔츠와 넥타이, 바지를 모두 빨간색으로 입는다. 신발과 명함까지 붉은색이다. 은행에 갈 때도 같은 차림으로 다니다 보니 동네 사람들 사이에 ‘빨간 신사’로 불리게 됐다. 임씨가 유명해지면서 가게 매출도 올랐다. 몸을 던져 시선을 끄는 방법을 통해 일반 점포를 특색 있는 곳으로 바꾼 것이다.  

김성탁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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