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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여 자전거 출퇴근을 꿈꾸는가?

중앙일보

입력

치마입고 자전거 타는 일본의 직장여성


자전거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에는 여성 자출사가 별로 없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여성 직장인들이 정장 차림으로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타고 출근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런 풍경을 보기가 힘들다. 이를 바꿔볼 수는 없는 것일까? 그 고민을 해결하고자 자출사 선배들이 다년간의 노하우를 정리해주었다.

1. 먼저 회사의 눈치에서 벗어나라. 교통사고의 위험 등을 이유로 일부 회사는 자전거 출퇴근 사원들을 탐탁지 않게 보는 곳도 있다. 하지만 사내 규정에 자전거 출근 금지라고 정확히 나와 있는 곳은 지극히 드물다. 사회 분위기는 오히려 자전거를 권장하고 있다. 자출을 원한다면 과감하게 자전거를 타고 출근길에 나서 보라. 집에서 회사까지의 거리가 벅차다면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말고 일단 지하철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된다. 그리고 사내에 자출사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자전거 친구를 많이 만들자.

2. 자전거 보관 장소를 확보하라. 초보 자출사들이 출근길에 가장 애먹는 부분이 자전거 보관 문제다. 주차장에 세워놓으려고 생각했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어 쩔쩔매다가 지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남성 자출사의 경우에는 아예 자전거를 사무실 앞까지 들고 가서 그 앞에 세워놓기도 하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그 과정이 조금 힘들어진다. 아침 출근길부터 쩔쩔매는 일이 없도록 자전거 보관 장소를 확실히 정해놔야 한다. 그리고 잠금장치에도 신경 써야 한다. 자전거를 세워놓는 곳은 되도록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정하고 장금장치는 견고한 것으로 선택한다. 고가의 자전거만 노리는 상습범이 있으니 고급 자전거를 보관하려면 관리 사무소 옆 등 안전한 곳을 선택해야 한다.

3. 교통체계를 확실히 알아두자. 자전거 출근 여성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도로의 교통체계다. 복잡해 보이는 도로 상황은 몇 가지 규칙만 눈여겨 봐두면 한 눈에 읽을 수 있고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운전면허가 없는 경우라면 신호등 체계와 교통 표지판 공부를 따로 해야 한다. 교통 표지판과 안내판을 잘 살펴보고 도로의 어떤 방향으로 달리는 것이 좋겠는지 먼저 선택해야 한다. 여성들은 차도가 무서워서 인도 위로 올라가 달리는데 이는 보행자를 다치게 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차도가 복잡하여 인도를 선택하고 싶다면 자전거를 타지 말고 끌고 가야 한다. 자전거를 탈 때는 반드시 안전모를 착용하고 되도록 차도에서 달리는 습관을 기르자.

4. 복장과 메이크업에서 자유로워지자. 복장과 메이크업은 여성 직장인들이 자출사가 될 수 없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자출사가 되려는 의지가 있다면 이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김지현(27)씨는 매일 저녁 정장과 구두를 챙겨 딱딱한 케이스 가방에 챙겨 넣어둔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김씨가 자출을 시작한 목적은 다이어트였으나 지금은 아침마다 라이딩하는 기분이 상쾌해서 자출을 계속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의 김희정(29)씨는 아예 정장을 입은 채로 자전거를 탄다. 메이크업에는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 수분이 닿으면 뭉치게 되는 파우더 제품을 자전거에서 내린 후에 바르는 것이다. 액체나 로션 타입의 메이크업 베이스나 파운데이션을 바르면 땀을 흘리더라도 수정이 쉽다. 기초화장은 로션 타입으로 해결하고 화장의 마무리 단계인 파우더 제품은 사무실로 들어가기 직전에 바르는 것이 요령이다. 김희정씨는 매일 아침 라이딩이 주는 상쾌함, 건강과 함께 경제성으로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자전거 도로 사정이 좋아지면 한국 여성들도 일본의 직장 여성들처럼 정장을 입고 자출을 즐기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5. 유행을 주도하자. 중국 베이징 여성들은 자전거를 자유롭게 타기 위해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속바지를 만들어 입거나 햇빛 차단 머플러를 만들어 사용하는 등 의복의 응용이 활발하다. 제3자가 보기엔 다소 촌스럽고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들은 타인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또한 일본 여성들은 옷이나 기타 준비물을 챙겨다니기 위해 자전거 앞뒤로 커다란 바구니를 달고 다닌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여성 자전거 인구도 적을뿐더러 그나마 몇 안 되는 여성 자출사들이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여성들의 자전거 출근문화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자전거 도로 등 인프라 확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라이더들의 의식부터 달라져야한다.

사진/ 신유진 프리랜서
워크홀릭 담당기자 최경애 doongj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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