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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잡아라>미국 '가정식 대체품' 봇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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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오늘 저녁식사는 뭘로 하지.해먹기는 귀찮고 외식도 번거롭고….'매일 저녁 우리 부부가 반복하는 말입니다.식사를 마련할 시간도,일손도 마땅찮은 맞벌이 부부에겐 매끼니 해결이 큰 문제예요.” 물리치료사인 아내를 둔 에드워드 애덤스(47.은행원).시카고의 한 슈퍼마켓에서 1주일치 장을 보던 그는 포장만 풀면 먹을 수 있는 샐러드 키트(kit)와 파스타세트를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루 세끼니를 편안하게 해결하는 일은 대부분이 맞벌이인 미국 가정의 주요 관심사다.하긴 최근 맞벌이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지금까지는 맛보다'간편하게 먹는데'초점이 맞춰졌다.그러다 보니 아쉬운대로 냉동식품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소득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나가서 사먹거나 또는 직접 만들어먹는 것보다 맛과 향기.신선도가 떨어지지 않는'가정식사 대체(HMR.Home Meal Replacement)식품'쪽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비자들의 이런 욕구에 맞춰'식사해결책(meal solution)'에 대한 개발이 열기를 띠면서 갖가지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 슈퍼마켓 2만9천여개중 4분의3 정도가 이미'조리 즉시 냉장시켜 다시 데우면 신선한 맛이 그대로 살아나는'조리음식 개발에 뛰어들었고,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한발 더 나아가 계절이나 주(週),또는 일(日)단위로 메뉴를 바꾸는가 하면 레스토랑 출신 요리사들을 앞다투어 채용하고 있다.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최근 슈퍼마켓 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버지니아주 소재 우크롭사는'시댁식구를 초청했을 경우 필요한 다섯가지 코스'에서부터 오븐에 넣기만 하면 되는 음식등 다양한 대체식을 개발,판매해 업계의 신데렐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2인용 저녁식사'24가지의 메뉴를 한달 전부터 미리 고객에게 공고,소비자가 식단을 계획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우크롭사의 제임스 우크롭 부회장은“슈퍼마켓도 아침.저녁 메뉴를 달리 취급해야 하며 소비자가 금방 조리된 음식을 사다 데워 먹을 수 있도록 신선도와 맛에 신경써야 한다.슈퍼마켓의 미래는 얼마나 훌륭한 가정식사 대체식을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슈퍼마켓들은 빵에 갖가지 조리된 야채나 고기.햄등을 넣어 만들어주는 샌드위치를 팔거나 호기 바를 운영하는가 하면 온갖 야채.과일등으로 만든 수십가지의 샐러드를 취급하는 별도 코너도 두고 있다.

여러가지 야채를 사서 일일이 씻은후 썰고 다시 섞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아예 별도의 드레싱까지 첨부한'레디 투 이트 (ready to eat)샐러드'나 역시 씻거나 깎지 않아도 먹을 수 있게 봉투에 담은'레디 투 이트 과일'등도 각종 식품회사들이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특히'레디 투 이트'샐러드 키트 시장은 연간 80%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포장 샐러드 키트 시장의 40%를 점하고 있는 프레시 익스프레스사는 지난해 1천1백만여㎏의 샐러드 키트를 판매,약 4천여억원의 매상을 올렸다.이에 재미를 들인 이 회사는 최근 포도를 씻어 하나씩 따담아 봉지만 풀면 쉽게 먹을 수 있는'그레이프 이스케이프'를 내놓았다.이 회사의 존크베체크 생산담당매니저는“앞으로 파인애플이나 멜론도 이런 식으로 내놓아'과일의 스낵화'시대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품회사인 트로팩사는 과일주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파인애플이나 망고등 각종 과일의 껍질을 벗긴후 일정크기로 토막내 얼려 포장한 제품을 팔고 있다.

이런 변화는 최근'대체식'을 주제로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식품전시회인 FMI(Food Market Institute)쇼에서도 잘 드러났다.

전세계 1백10개국에서 6천여명의 식품관련업자들과 관람객등 4만여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도 최대 관심사는 단연'어떻게 하면 직접 해먹기도,나가서 사먹기도 귀찮아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였다.

FMI의 마이클 산솔로 부사장은“70년대만 해도 미국인들은 식비의 62%를 슈퍼마켓에서 썼으나 지금은 53%로 줄었다”고 지적하며'대체식'만이 슈퍼마켓이 외식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급변하는'음식문화'와'식품산업'이 나가야 할 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한국도 이런 현상에서 예외가 아닌 것같다.

시카고=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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