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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 과장 가격표시 조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최근 유통업체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광고판촉용으로 할인율을 높일수 있도록 공장도가격과 소비자가격을 부풀려 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서울 잠실에 사는 회사원 장재훈(32)씨는 얼마전 E마트 분당점에서 여름용 재킷을 구입하려다 두번 놀랐다.

'칼빈'이란 상표의 여름재킷을 골라 가격표를 살펴보니 공장도가격이 7만8천4백원,권장소비자가격이 9만8천원인데 실제 판매가격은 3만3천원이었다.

'할인점이 싸다더니 과연…'이라며 놀란 장씨를 다시 한번 놀라게 한 것은 먼저 고른 것이 치수가 좀 큰 것같아 바로 옆에 걸린 제품을 들춰보고 나서였다.

제조업체.디자인.색상까지 전혀 차이가 없고 판매가격도 3만3천원으로 매겨져있는데 공장도가격은 6만3천2백원,권장소비자가격은 7만9천원으로 먼저 고른 것과 차이가 크게 났다.

장씨는 한참 뒤에서야 할인점들이'시중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싸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공장도가격과 권장소비자가격등을 부풀려 표기해 놓고 대폭 할인해 파는 것처럼 한다는 것을 알았다.매장을 둘러보니'에이스'운동화,'메인'소가죽 서류가방,'배가본드'청바지등 상당수 품목의 판매가격이 공장도가격과 권장소비자가격의 3분의 1내지 2분의1 수준이 되도록 책정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킴스클럽 서현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판매가격 2만6천원인 청소년용'로비'가죽캐주얼화에 소비자가는 2.6배(6만8천원),공장도가는 1.7배(4만4천원)나 높게 매겨져 있었다.

통상 할인점에서는 납품가격을 공장도가격보다 많아야 20%정도 싸게 받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상품에 표시된 공장도가는 너무 비싸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 최근 실시한 마크로 일산점과 까르푸 일산점의 가격조사에서는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로 일산점에서는 3만8천5백원에 파는'비비파코'블라우스와 2만2천원에 파는'비비파코'바지에 소비자가격과 공장도가격은 똑같이 11만원,7만원으로 표시돼 있다.

까르푸일산점은 유경T셔츠 1만2천원짜리에 권장소비자가를 3.3배(4만원),공장도가를 2.3배(2만8천원)높게 매겨놨다.

이와관련,유통업계 관계자들은“권장소비자가격이나 공장도가격은 판매업체의 주문대로 제조업체가 붙여주는 것일 뿐 실제 거래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불경기가 오래 지속될수록 할인점의 바잉파워가 강해져 제조업체들은 할인점업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시민의 모임 관계자는“대형 할인점에서 이처럼 공장도가격과 소비자가격을 올려놓고 명목 할인율을 높이는 것은 재래시장에서 가죽잠바 하나에 50만원이라고 가격표를 붙여놓고 10만~20만원에 팔면서 생색을 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이런 편법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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