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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부산은행장 “비 올 땐 중소기업에 우산 씌워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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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장호(62·사진) 부산은행장은 지난해 11월 지역 중소기업 대표 560여 명에게 편지를 보냈다. 만기가 곧 닥치는 운전자금 대출을 연장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약속을 지켰고, 부산은행의 중기대출 만기 연장 비율은 지난해 말 97%에 달했다. 또 중소기업의 원자재 구입을 돕기 위해 2000억원을 별도로 지원했다. 부산은행은 이를 인정받아 지난 5일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다산금융상 금상을 받았다.

14일 서울 을지로의 부산은행 서울지점에서 만난 이 행장은 “금융위기로 지역 중소기업이 여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이 대출을 거둬들이면 중소기업뿐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비가 올 때는 은행의 생사가 문제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에 우산을 씌워 줘야 한다”며 “조금만 지원하면 위기를 헤쳐갈 수 있는 기업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위기가 지방은행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호황일 때는 서울의 대형 은행들이 지방 중소기업에도 적극적으로 대출을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가 신년 휘호를 구름이 걷히면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는 뜻의 ‘운외창천(雲外蒼天)’으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산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부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연체율이 ‘제로’”라고 소개했다. 부동산 경기가 좋아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부동산 대출을 늘릴 때 이를 자제한 덕분이다. 이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2007년(2707억원)과 엇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자본 건전성을 높이는 일도 마무리 단계다. 지난해 말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 23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이달에도 추가로 자본금을 늘릴 예정이다. 감독 당국이 요구하는 기본자본비율 9%를 혼자 힘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이 행장은 설명했다.

금융그룹으로의 변신도 추진하고 있다. 자회사인 부은선물의 업무에 6월부터 증권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 행장은 “증권 위탁매매 서비스와 지역 업체의 코스닥 상장 지원 업무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은행은 또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캐피털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대부업체로 가는 고객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금융그룹을 지향하는 것은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1965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그는 73년 부산은행으로 옮긴 뒤 서울지점장, 상무, 부행장을 지냈다.

글=김원배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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