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알로에에 담긴 어머니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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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남편의 전근으로 남들은 휴가등 일부러 시간을 내 관광하러 와야 하는 제주도에서 살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아파트가 바닷가 부근에 위치한데다 1층에 살고 있어 베란다 문만 열면 맛볼 수 있는 싱그런 바다내음과 새빨간 동백꽃이 피어있는 정원은 그야말로 우리 세식구만의 소유물인 것이다.또 아파트 근처 주택에서 아침을 알리는 수탉의 울음소리는 세살배기 내 딸아이에게는 더없이 좋은 현장학습이다.

그런데 동백꽃 외에 나즈막한 열대식물 몇그루만 있으리라 여겼던 우리 정원에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돋아나오는 알로에가 한포기 있어 무척 반가웠다.철이 바뀔 때마다 항상 천식으로 고생하는 친정 어머니에게 알로에가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알로에가 눈에 잘 띄지도 않았고 비닐하우스 알로에농장을 몇 군데 찾을 수는 있었지만 여의치 않아 결국 사드리지 못하고 제주도로 왔다.알로에를 보는 순간 당장 내 이름 석자라도 붙여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개구장이 녀석들의 오줌세례도 받고 물기없이 짠 음식찌꺼기를 비료로 삼아 지금은 제법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알로에를 만질 수 있다.아파트를 드나들면서 마음껏 자라나는 알로에를 볼 때마다 멀리 떨어져 자주 볼 수 없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어머니의 깊은 사랑에 숙연해지고 자식들을 위해 보여준 희생에 고마움을 느낀다.

나 역시 당신의 넓은 그늘아래서 순간순간 열과 성을 다해 살아가는 아이들의 당당한'어머니'가 되리라.이번 여름에는 내 정성이 담긴 알로에를 생일선물로 드리고 싶다. 어머니는 아시리라.이 작은 식물을 보며 당신을 많이도 그리워했을 막내딸의 애틋함을…. 김영득〈제주시화북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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