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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의 세상 탐사] 통치는 언어관리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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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호 02면

권력관리는 언어관리다. 언어관리의 성공은 정권의 미래를 보장한다. 차기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권력과 언어의 관계를 꿰뚫고 있다. 그는 “에이브러햄 링컨은 언어와 의지로 나라를 성공적으로 다스렸다”고 말한다.

성공한 대통령은 대중의 욕구를 국정 비전에 담는 데 능숙하다.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표출해 국민의 열정을 끌어낸다. 그리고 오피니언 그룹의 냉소적 자세를 바꿔 놓는다. 통합의 리더십은 말의 전략적 관리에서 출발한다. 대통령의 말은 정권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확립한다. 링컨은 위기 극복의 의지와 말을 효율적으로 결합해 세상을 바꿨다.

박정희의 ‘잘살아 보자’는 국민의 염원을 담았다. 그 단순한 메시지는 국민적 공감대를 단단히 했다. 정책 돌파력은 엄청났다. 정부와 국민이 함께 가난 극복에 나섰다. 한국은 만성 빈곤에서 탈출했다. 정권의 설득력 있는 한마디가 국민을 결집시킨다.

김영삼의 ‘문민 개혁’ 은 통렬했다. 국정 의지를 간명하게 담은 그 언어는 시대정신을 장악했다. 군사정권의 잔재를 씻고 민주화의 기반을 다졌다. 국정의 메시지가 명쾌할수록 추진력은 전광석화의 힘을 갖는다. 김대중의 ‘햇볕’은 남북관계의 기존 구도를 깼다. 이솝 우화를 섞은 국정 브랜드는 대중의 감성을 흔들었다. 그 정책 아래 남북관계는 새로운 틀로 짜였다. 그 언어는 지난 10년을 풍미했다. 이명박 우파 정권은 대북정책 노선을 바꿨다. 하지만 햇볕은 좌파 이념을 대변하는 언어의 기지로 존재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권력과 언어에 대한 학습에 충실하지 못하다. 햇볕정책은 노련한 북한에 역이용당했다. 햇볕의 효용성은 낙제점으로 판명 났다. 이명박 정권은 그 대안으로 ‘비핵· 개방 3000’을 내놓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경제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햇볕의 단순함을 압도하는 대체 언어로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입법전쟁은 진실을 둘러싼 언어전쟁이다. 핵심은 미디어법 개정이다. 민주당은 감성적 음모론을 펼친다. 정권의 방송 장악, 재벌과 메이저 신문의 방송 소유 음모가 담겼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MBC는 자신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민주당을 뒷받침했다.

미디어법의 진실은 따로 있다. 그것은 젊은 세대를 위한 법이다. IT 강국 한국의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 준다. 그 법이 제대로 실천되면 2만여 개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청년 백수를 구제한다. 1차 입법전쟁 때 한나라당은 그 점을 제대로 전파하지 못했다. 진실 무장, 언어관리에 엉성해 홍보전부터 민주당에 완패했다. 집권세력의 언어관리가 미숙하면 과거 정권과의 정책 차별화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미디어법은 젊은 세대 일터 만들기 대(對) 방송 철밥통 지키기의 싸움이다. 그 판으로 쟁점을 옮겨야 한다.

이명박 정권의 경제 살리기는 경제만으로 성취할 수 없다. 경제만 내세우면 국정은 수세적이 된다. 개혁 전선에서 동시다발적 실적을 올려야 한다. 공동의 국정언어를 내세워 전선을 돌파해야 한다. 그것은 ‘정상 궤도 진입’과 ‘바로 세우기’다. 경제회생의 조건은 귀족노조 타파와 노사관계의 정상화다. 공권력 바로 세우기도 그 조건이다. 상처투성이인 한국 현대사의 명예를 진실의 힘으로 복원해야 한다. 편향되고 일그러진 문화계의 모습을 바로잡아야 한다. 경제회복 구호는 이런 언어들과 합쳐져야 생동감을 높인다. 그 메시지들은 국민의 상상력을 자극해 국정 참여를 유도한다. 그리고 지지층의 충성도를 높인다. 국정의 시너지 효과를 갖는다. 그때 경제 살리기는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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