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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일본 우익의 뿌리는 천황 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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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일본 우익의 활동과 사상 연구
김채수 지음, 고려대학교출판부
621쪽, 2만4000원

 일본의 사상 집단을 보면 발상의 스케일이 자못 광활한 데에 놀란다.

1904년 러·일 전쟁 개전을 앞두고 일본 군부는 러시아와 북구 유럽 사회주의자들의 봉기를 지원하는 막대한 공작금을 건넸고, 1970년대에는 국내에서 패주한 일본 적군파가 제3세계 공산주의 혁명을 꾀한다며 난데없이 중동으로 떠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반미 우익’의 활동도 감지된다. 1990년대에 들어 우익의 민족주의를 제도권에서도 광범위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신 민족파’라는 세력이 등장했다. 이들은 미국 중심의 세계 체제를 문제 삼는 우익이다. 이 새로운 우익의 주창자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총서기를 중심으로 모든 국민이 ‘애국심’으로 뭉친 체제에서 일종의 ‘건전함’을 읽을 수 있었다”고 평가할 정도다. 이념적으로 좌든 우든 발상의 급진성은 당장은 황당해 보여도 어느 순간 일본 사회 전체를 격동시킬 ‘뇌관’이 되기도 한다.

김채수 고려대 일문과 교수가 쓴 이 책은 일본 우익의 사상적 계보와 스펙트럼을 총괄했다. 우익 사상의 정신적 뿌리인 ‘천황 신화’에서부터 메이지 유신과 군국주의 시대를 거쳐 글로벌 시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우익 단체와 인물을 소개했다. 저자는 “30여 년간 일본에 관한 문헌을 읽어왔지만 나는 일본이란 이러한 나라라고 말 할 수 있는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 연구를 해 오면서 비로소 일본이라고 하는 실체가 어렴풋이 잡혀 오는 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썼다. 저자는 일본의 역사와 문화는 한마디로 황도사관(皇道史觀)을 주축으로 해서 전개됐다고 말한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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