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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재·보선 여당 참패] 한화갑의 민주당 '기사회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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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한화갑 민주당 대표(左)와 이정일 사무총장이 5일 밤 박준영 후보 사무실에서 박 후보의 전남도지사 당선이 확실시되자 밝게 웃고 있다. [연합]

5일 밤 민주당 박준영 후보의 전남지사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박 후보의 부인 최수복씨가 노란 넥타이를 꺼낸 뒤 옆에 있던 이정일 사무총장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李총장이 맨 검은 넥타이를 풀고 노란 넥타이로 매주었다. 이 총장은 지난 4.15 총선 이후 50여일 동안 줄곧 검은 넥타이 차림을 해 왔다. 민주당의 총선 참패를 잊지 않겠다는 각오에서였다.

최씨는 "이젠 넥타이를 바꿔도 될 때"라고 했다.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이 총장은 "이제서야 민주당이 다시 서게 됐다"며 울먹였다. 한화갑 대표도 감격에 겨워 했다. 손봉숙 의원은 "민주당에 들어와 한번도 웃을 일이 없었는데 너무 좋다. 좋아서 죽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전남지사 선거 승리로 당 재건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전남의 13개 지역구 중 5곳에서만 승리했다. 오랜 아성이었던 전남의 총선 득표율은 36.9%였다. 그래서 당의 존립도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런데 이번엔 57.6%의 지지를 얻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을 살리자는 호소가 호남에서 먹혀들었다"고 분석했다. 장전형 대변인은 "총선에서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열린우리당을 택했던 표심이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있을 국회의원 재.보선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총장은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국회의 의석을 6, 7석 정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역주의에만 기대서는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이겼다고는 하지만 전남을 뺀 다른 지역에선 기초단체장이나 광역의원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며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당 재건은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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