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지하철>中. 승객 편의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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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13일 오전8시 일본 도쿄시 지하철 마루노우치선 전동차내. 출근길을 재촉하는 남녀 회사원 2백여명이 빼곡이 서있는 이 전동차내에는 여느 전동차와 달리 좌석이 없다.

한번에 2~3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의자는 접혀져 벽면에 붙어있고 승객들이 붙잡을 수 있는 기둥이 군데군데 설치돼 있다.또다른 점이라면 전동차 벽면에 그날의 날씨와 아침뉴스를 신속하게 자막으로 전해주는 전광판이 전동차마다 12개씩 설치돼 있어 뉴스를 읽기 위해 신문을 펼쳐든 승객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반면 미국 워싱턴의 지하철 전동차에는 일반 기차와 마찬가지로 2인용 좌석이 2열로 배치돼 있어 쾌적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같이 두 도시 지하철은 외형적으로는 완전히 다르지만 승객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선 완전일치한다.

76년 착공된 워싱턴 지하철은 서울의 1기지하철보다 2년 늦게 착공돼 건설시기는 거의 비슷하지만 승객편의시설과 서비스면에서는 서울보다 훨씬 긴 안목에서 건설됐음을 알 수 있다. 워싱턴 지하철의 74개 역사에서는 승객들이 오르내리느라 계단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승강장에서부터 지상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총 5백20대의 에스컬레이터가 운행되고 있다.또한 승강장 양쪽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어 승강장을 잘못 찾은 승객이라도 별 불편함없이 이동할 수 있다.

장애인이 지하철을 마음대로 탈 수 있도록 설치한 각종 시설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워싱턴교통공사 홍보과장 셰릴 존슨은“플랫폼 가장자리에 청각장애인을 위해 전동차의 도착을 알리는 깜박등을 설치하고 역사내 안내기둥에는 점자로 여러 정보를 새겨놓았다”고 자랑했다.전동차내부에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장애인전용 엘리베이터를 따로 설치해 지상까지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하철과 철도.사철(私鐵)등 5개선이 통과해 하루 3백만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도쿄 이케부쿠로역은 어느 선으로 갈아타든 환승거리가 1백를 넘는 곳이 없었다.도쿄 제도고속교통영단 총무부 후사오 게이코(小池房雄)는“짧은 환승거리가 역의 혼잡도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뒤집어 넣든,거꾸로 넣든 승차권을 아무렇게나 넣어도 신속하게 잘 빨아들이는 자동 개집표기도 많은 승객들의 소통을 원활하게 처리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문경란 기자

<사진설명>

도쿄 지하철은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출퇴근길 좌석없는 전동차운행,짧은 환승거리,전자동 승차권 개집표기등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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