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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체포하거나 죽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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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9·11 테러를 일으켰던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는 14일(현지시간)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빈 라덴과 알카에다는 미국의 안보에서 첫 번째 위협”이라고 규정한 뒤 “내가 제일 바라는 것은 빈 라덴을 사로잡거나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빈 라덴이 수뇌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알케에다 조직을 약화시켜야 한다”며 “동굴 등지에 숨어 있는 빈 라덴이 조직원들과 통신할 수 없도록 확실하게 정찰한다면, (생포하거나 죽이지 못하더라도) 우리의 목표대로 미국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라크에서의 철군이 순조롭게 이뤄진 뒤 그 역량이 (알케에다와 빈 라덴이 은신한 것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지역에 집중될 것”이라며 “그들이 그곳에서 테러리스트들을 훈련시키지 못하도록 만들어 미국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미국 대통령으로서 나의 첫 번째 임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외교정책 등에 관해 언급을 자제하던 오바마가 이례적으로 빈 라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날 무슬림의 ‘지하드’(聖戰)를 촉구하는 빈 라덴의 육성 녹음 파일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과거 빈 라덴의 입장을 알렸던 한 이슬람 웹사이트는 14일 22분 분량의 음성 메시지를 게재했다. AP통신과 CNN방송 등은 이 음성이 빈 라덴의 목소리와 매우 유사하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도 빈 라덴의 육성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빈 라덴은 음성 메시지에서 “알카에다가 미국과 동맹국들을 상대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넘어 세계 여러 곳에서 ‘새로운 전선’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오바마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경제 붕괴라는 두 가지 과중한 유산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성전을 수행하는 자신들과의 싸움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녹음 파일 상태로 볼 때 빈 라덴이 현재 고립된 것으로 보이며, 미국이나 오바마 당선인에게 위협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 녹음 파일은 빈 라덴이 알카에다의 이념과 임무 등이 의문시되는 시점에서 이를 계속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음을 말해주고, 알카에다의 선전활동을 위한 자금 모금을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일(현지시간) 오바마 당선인의 취임식 안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미 연방수사국(FBI)은 “특별한 위협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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