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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어정쩡.엇박자 카타르시스 박찬욱감독 '3인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김민종은 단순.무식.과격한 폭력배,이경영은 자살벽이 있는 3류악사,정선경은 수녀가 되고픈 미혼모.이들이'3인조'로 의기투합했다.

영화평론가로도 활동했던 박찬욱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인'3인조'는 블랙코미디니 폭력과 개그가 뒤섞인 작품으로 간단하게 규정할 수 없다.

우리 현실과 사회를 풍자한 종래의 코미디영화들이 관객끌기를 위해 말장난이나 겉핥기에 머물렀다면'3인조'는 비교적 심각하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

3인조의 폭력행각은 과장됐고,우화처럼 우연에 의존하는 해프닝들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관객들은 통쾌감을 느낄 만하다.사회에 대한 관객들의 욕구불만을 드러내주고 대리만족시켜주기 때문이다.

'3인조'는 코미디치고는 무겁고,극영화치고는 짜임새나 긴장감이 떨어져 엉성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그러나 그러한 어정쩡함에 의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객들이 한번 더 생각하도록 하는 독특한 효과가 배어나온다.

영화를 보며 주인공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세상에 반감을 갖고 폭력을 행사하며 사회를 어지럽힌다는 이야기 구성만을 쫓는다면 재미가 반감한다.왜 이야기가 이렇게 진행되는지,이 장면이 실제로 가능한 이야기인지 따지거나,앞으로는 이러저러하게 진행되리라고 예상하는 것등은 불필요하다.

일반적인 장면구성과 호흡을 틀어버리는 이른바'엇박자 진행'이 오히려 즐겁다.

'3인조'에 관한한 김민종이 연기력보다 잘생긴 것으로 한몫 본다고 여긴다면 오산이다.'3인조'의 다른 멤버들이 평범하게 보일 정도로 한단계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는 김민종을 보는 것이 이 영화의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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