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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재보선 결과에 여야 각당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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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참패로 끝난 6.5 재보선 결과에 여야 각 당이 낙담과 환호의 반응을 보였다. 열린우리당은 총력을 쏟았던 부산시장 선거뿐 아니라 절대 우세라고 예상했던 전남지사 등 광역지자체장 선거에서 완패를 당하게 되자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부산시장, 경남지사, 제주지사 선거 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 광역의원에서도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고무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대통령 탄핵정국의 '직격탄'을 맞아 존망의 위기에 몰렸다가 5일 전남지사 보선 승리로 '고토회복'에 성공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신기남(辛基南) 의장은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당직자 10여명과 개표방송을 지켜보다가 초반부터 열세를 면치 못하자 "선거결과를 겸허한 마음으로 지켜보겠다"고 말한 뒤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임종석(任鍾晳)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민심을 받들어 개혁과 안정을 조화시키고, 민생경제를 회생시키는 책임여당, 열린우리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말했다.

대다수 의원들은 이번 재.보선의 의미를 축소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직계로 분류되는 조경태(趙慶泰) 원내부대표는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다"며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을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시민(柳時敏) 의원은 "지방선거 결과와 대통령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총리는 총리 역할 잘하는 사람을 대통령이 지명하면 될 것"이라며 부산시장 선거에서의 패배가 김혁규(金爀珪) 의원의 총리지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을 부인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최근 당의 개혁의지가 퇴색하고 당의 중심이 흔들려서 선거에서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같은 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 쇄신의 필요성에 공감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와 청와대를 향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문석호(文錫鎬) 의원은 "당은 의사결정 과정도 투명하고, 당청, 당정 관계도 제대로 설정해서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당으로 거듭 나야한다"며 "제2의 창당을 하는 심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청와대도 각성해야 한다"며 "당청관계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의원들은 선거결과에 대해 "민심이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반영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날 오후 9시부터 30여분간 국회대표실에서 진 영(陳 永) 비서실장과 함께 기쁜 표정으로 개표상황을 지켜봤다.

박 대표는 상기된 모습을 보이면서도 "지난 총선 때처럼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선택에 맡길 뿐"이라고 말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여당은 다수의 힘만 믿고 오만함에 빠지지 말고 경제살리기와 민생안정에 주력하라는 국민의 따가운 소리"라고 논평했다.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은 "이번 승리는 한나라당이 잘해서 승리한 것이기보다 정부여당의 잇단 실언과 실정에 대한 국민의 따끔한 심판"이라면서 "한나라당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겸손한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은 민심의 무서운 이반을 받아들이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이번 재.보선 결과는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승리한 것은 '탄핵바람'에 의한 것이었을 뿐이라는 점이 입증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 개의를 기다리던 중 국회 대표실이나 원내대표실 등 국회 주변에서 삼삼오오 모여 TV를 통해 개표상황을 지켜보면서 자당 후보가 앞서는 개표결과가 나올 때면 환호성을 올리기도 했다.

◇민주당=열린우리당으로 돌아섰던 전남 민심이 당의 부활에 힘을 보태줬다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민생안정을 위한 정치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하는 등 한껏 고무된 분위기이다.

한화갑 대표는 "민주당을 살려내자는 호소가 먹혀들어 갔다고 생각한다"면서 "전남도민에게 감사드리고 박 후보가 전남 발전에 몰두할 수 있도록 당력을 모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정일 사무총장도 "전남도민들이 우리 민주당을 살려줬다. 이제 민주당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희망 갖게 됐다"며 "국민경제와 민생이 복잡한데 이제 정치를 벗어나서 민생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손봉숙 의원은 "내가 민주당에 들어와서 한번도 웃을 일이 없었는데, 너무 좋다, 좋아서 죽겠다"며 흥분했다.

[연합뉴스,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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