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노련했던 도밍고 아쉬웠던 진행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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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성(美聲)은 여전했다. 노장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68·사진)는 13일 밤 2시간30분을 넘긴 긴 공연에서 세계적 수준을 선보였다. 아름답게 뻗는 소리와 노련한 해석이 ‘60대 청년 가수’라는 수식어를 확인시켰다. 이날 그는 총 17곡의 프로그램 중 9곡의 노래를 불렀다. 4곡은 혼자, 5곡은 후배 여자 가수들과 함께 했다. 여기에 앙코르로 6곡을 더 불렀다.

현존 세계 제1테너의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14년 만에 단독 내한해 1만여 명의 청중을 모은 대형 공연에 걸맞은 길이와 규모이기도 했다.

물론 시간은 도밍고에게도 공평했다. 공연 전 e-메일 인터뷰에서 “전성기 때와 같은 컨디션이라고 한다면 거짓말”이라고 한 것처럼, 그는 몇 곡에서 조(調)를 낮춰 불렀다. 부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음이 젊은 시절에 비해 약간 낮아졌다는 뜻이다. 바그너에서 번스타인까지, 완전히 다른 성격의 곡들을 한 무대에서 부르는 바람에 소리가 몇 번 흔들리기도 했다. 높은 음 몇 개는 힘을 뺀 채 가성(假聲)으로 처리하는 모습도 보였다.

음향 문제도 체육관 공연의 숙제로 남았다. 도밍고가 쓴 마이크의 음향 증폭이 지나치게 많았다. 고음에서 소리가 찢어지고, 절정 속에 숨겨진 섬세함이 객석까지 전달되지 못했다. 반주를 맡은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증폭된 정도와 균형이 맞지 않았다. 세계 정상의 테너 공연에 걸맞지 않은 진행 미숙도 눈에 띄었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우르르 들어오는 지각 관객들 탓에 일부 객석에서 고성이 오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대형 스크린 3개로 가수 모습을 생중계하면서도 가사 자막을 전혀 넣지 않은 것도 흠으로 남았다. 성악곡은 문학과 음악의 복합체라는 기본 원칙이 무색해졌다.

이런 ‘옥에 티’ 와중에 돋보인 것은 도밍고의 노련함이었다. 그는 몇 개의 곡에 중점을 두며 장점을 발휘하는 식으로 강약을 조절했다. 이날 특히 절창으로 꼽힌 것은 바그너의 ‘발퀴레’ 중 지그문트의 아리아 ‘겨울 폭풍’이었다. 이는 그가 베르디·푸치니 등의 깨끗하고 서정적인 음악뿐 아니라 무게 있고 장중한 바그너 또한 섭렵했음을 알리는 대목이다. 50년 전 베르디의 오페라로 데뷔한 그가 바그너의 ‘발퀴레’를 처음 노래한 것은 불과 17년 전이다. 지그문트는 그가 소화한 오페라 역할 127개 중 98번째다. 70대에 접어드는 도밍고에게 아직도 새로운 영역이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농익은 연기, 뮤지컬과 스페인 음악까지 넘나드는 자연스러운 해석 또한 도밍고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었다. 몇 가지 ‘티’에도 불구하고 도밍고는 자신이 ‘대체될 수 없는 테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돌아갔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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