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에세이] 루브르·오르세·개선문 … 25세 이하는 무료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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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프랑스 정부가 4월부터 25세 이하 관람객에 대해선 루브르(사진)·오르세 등 박물관은 물론 개선문과 퐁텐블로성 등 프랑스 전역 100여 개 유적지의 입장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중·고교 교사와 대학 교수도 학생 지도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무료 입장 대상에 포함됐다. 지금까지는 18세 미만만 무료로 입장했다. 프랑스 정부는 연간 2500만 유로(약 450억원) 이상의 입장료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경제 위기로 한 푼이 아쉬운 요즘 프랑스 정부가 거액을 들여 가면서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돈 없는 사람도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시절의 문화 감상 경험은 평생에 큰 재산이 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젊을 때 박물관에 자주 가던 사람은 성인이 돼서도 다시 찾는다. 그러니 길게 보면 돈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루브르 박물관의 입장료는 9유로(약 1만6000원)다. 늘 용돈이 부족한 젊은이들에게 박물관 구경은 ‘배부른 소리’다. 이런 이유로 18∼25세 젊은이들의 박물관 이용률이 가장 떨어진다는 통계도 정부의 결단을 도왔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젊은이들의 문화 생활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는 오래전부터 젊은이들이 문화 행사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왔다. 대학이 밀집한 카르티에 라탱에서는 공짜에 가까운 피아노·바이올린 독주회 등이 거의 매일 열린다. 프랑수아 미테랑 도서관의 경우 입장료만 내면 이곳에서 열리는 클래식 음악회 등을 공짜로 볼 수 있다.

하지 축제 때는 전국의 모든 공연장과 길거리에서 공연을 공짜로 즐길 수 있다. 영화 역시 입장료는 우리의 두 배 이상이지만 학생들에게는 각종 할인 혜택이 많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 돈 3만∼4만원에 10편 이상 영화를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젊은이들이 ‘문화=공짜’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틴 알바넬 문화부 장관은 “어릴 적부터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감상해본 사람들이 진정한 가치를 알고 아낄 줄 안다” 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의 다양한 문화 정책은 국민이 젊을 때부터 문화 에너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이는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물론 프랑스라는 나라가 21세기 문화력 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밑천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진배 파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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